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이 아빠 Feb 10. 2019

아내 / 엄마 없이 살아가기 - 셋

주부 9단을 향한 도전과 노력은 계속된다.


아내가 떠난지도 벌써 한 달이 훨씬 지났다. 이젠 만들어 놓은 떡볶이 소스를 가지고 떡볶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맵기 선호도에 맞춰 바비큐 소스를 혼합해 치킨 윙이나 립(rib)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인스턴트 설렁탕 육수에 계란물을 풀어 떡국을 끓이는 초간단 요리부터, 백종원 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김치찌개뿐만 아니라 샤부샤부를 먹고 남은 육수에 죽을 끓여 1인분씩 소분 냉동함으로, 식빵, 와플,  시리얼에 이어 새로운 아침 메뉴까지 추가할 수 있게 됐다.


1인분 죽의 중량은 180g, 스파게티 면은 85g, 도시락 딤섬은 11개 등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이상적인 음식의 양 또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샤부샤부 육수를 가지고 죽을 만들어 1인 분식 포장

이로써 최소한 초보 주부의 수준은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순두부 외의 다른 두부는 모두 같은 종류인 줄 알았다. 김치찌개에 넣은 두부가 너무 부스러져 투덜 되자, 둘째 아이가 포장을 확인하더니 내가 찌개용이 아닌 생식용 두부를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놀라자 부침용도 있다고 하며 어떻게 그걸 모르냐고 묻는다. 난 요리도 안 하면서 그걸 아는 네가 더 이상한데...


기름으로 사용하던 올리브 오일이 다 떨어져 같은 브랜드로 구입해서 사용해 왔다. 아내는 영상 통화에서 내가 샐러드용 오일을 조리용 기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짜는 방식인지 산도인지 알고 설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당장 다시 사서 사용하라고 한다.


날 힘들게 했던 간장들

간장은 더욱 복잡했다 진간장, 조선간장, 양조간장 등등... 그 후로 뭐든지 떨어지면 사진을 찍어 같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문구까지 똑같은 상품을 구입해서 사용했다. 가끔씩 같은 브랜드도 '양조 진간장'과 '양조간장' 또는 '진한맛'과 '진한맛 플러스'로 조금씩 틀리게 나와 사진을 확대해서 똑같은 상품을 찾는 나를 힘들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내 / 엄마 없이 살아가기 - 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