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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Apr 20. 2022

35살, 열심히 살았더니 평범해졌다

이제는 '열심히' 말고 '즐겁게' 살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졌다. 그게 35살인 지금, 매우 강력한 욕구가 되었다. 살아보니 열심히 일하는 것과 행복한 삶은 오히려 반비례하는 것 같았다. 이 상관관계가 서로 비례되는 것이라면 내가 내 일을 참 사랑한다는 뜻이었을텐데, 나는 아니었다. 즐겁게 일해야 한다. 즐겁게 살고 싶다. 근데 그러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만 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어떻게 알까?

밤을 새워 자기 계발, 퍼스널 브랜딩 관련 여러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래 세 가지중 하나라도 만족한다면 그 일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다:

1. 어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먼저 알아서 하고 있는 그 것

2. 휴대폰이나 TV가 없는 어느 독방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면 내가 할 것 같은 그 것

3.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거나 되보고 싶은 그 무엇

4. 내가 억만장자였다면 돈을 제쳐두고 하고 있을것 같은 그 것

5.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사람(지인이 아니어도 됨)이 하고 있는 그 것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글쓰기를 참 좋아한다는 것을. 그 글의 종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아직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밤을 고민만 하다가 내린 결론은, '그래 일단 뭐라도 끄적여보자'와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이다. 지금 당장 내가 드라마 대본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신춘문예에 당선이 될만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다보면 끝이 없다.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이 세상에서 글쓰기를 가장 잘 하는 순서로 사람들에게 순위를 매긴다면 나는 아마 그래도 상위 50%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과 비교하는게 아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시선이 외면이 아닌 내면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여태껏 열심히 살아왔다. 10대 후반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부모님을 만족시켜드리기 위해서 무작정 열심히 했고, 정말 다행히도 공부 머리가 있었는지 누구나 다 알만한 대학에 갔다. (공부 머리도 있었지만 엉덩이가 무거웠던 것 같다) 대학에 가서는 공부로는 승부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대외활동과 연애를 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취직을 해서 신입사원 연수원에서는 관성처럼 열심히 하여 몇백명이 넘는 동기들 앞에서 상도 받았다. 기숙사에 살면서 회사 업무를 할 때에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고과도 늘 잘 받고 인정 받으며 일했다.


그렇게 스무살부터 15년이 흘러 이제는 35살이 되었다. 지금은 4살 아이의 엄마고 동갑내기 남편과 형제같은 사이가 되었다. 신입사원이었을 때 그렇게 원하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었다.


그렇지만 정말 내가 설레는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식으로 살다가 내가 마흔살이 되면, 그때는 너무 늦었구나 생각하며 오히려 더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나의 마흔은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 강력하게 들었다. 지금부터는 이 하나의 생각이 나를 움직일 것이다. 나의 마흔은 정말 달라야 한다. 그 때에는 내가 정말 설레어서 미처버릴것 같은 일을 하고 있기를.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 속에서 긴밀한 소통을 하며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를.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잡지에도 실리고 인터뷰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열심히가 아닌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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