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나도 보내야 하나?

by 외딴방

딸 아이가 5살(만4살)이었을 때다.

여름이 지나면서 주변 엄마 중 한 분이 "내년에 영어 유치원 보낼거에요?" 하고 물어오셨다.

그 분의 경우, 첫째를 놀이식 영어 유치원에 보내셨었고, 딸 아이와 동갑인 둘째는 주변에 유명한 학습식 영유로 보내볼 생각이라고 하셨다. 나는 당연히 영어 유치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영유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의 아이 교육 관련된 인식이 영유를 보내기도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 영유 학습식의 경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 가만히 앉아서 학습식으로 접하는 영어는 아이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습 정서를 망가뜨릴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 아이들의 뇌는 뛰어 놀며 자란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놀이터에서 몸을 움직이며 놀고, 흙을 만지며 놀고, 오감을 활용해서 노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유를 보내게 된다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이런 오감을 활용한 놀이의 기회는 줄어들을 수밖에 없다.

- 아이들의 사회성 또한, 또래와 함께 협력해 보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면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그 안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법, 상대에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나 말 등의 일반적인 규칙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이 있었다.

- 그리고 나 또한, 어렸을 적(초2-4)에 외국에서 거주하다 국내로 돌아온 리터니 입장으로, 어릴 적 배운 영어가 꾸준히 그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서서히 실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경험을 몸소 했기 때문에, 굳이 영유에서 인풋을 많이 주어도, 이후에는 조금씩 사그러들을 수밖에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영어 귀가 한 번 트이면 굉장히 편하다. 그리고 어릴 때 접해야 (내 생각으로는 늦어도 초등학생일 때) 영어 귀가 잘 트이고 문화적인 부분까지 잘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름 방학 때마다 해외 캠프를 다니거나, 해외에서 1년 정도 거주하다 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그렇다면, 영유에 대해서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던 내가, 왜 영유를 보내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남편의 진심어린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경우 나와는 달리, 해외 경험이 하나도 없었고, 사회에 나와 영어로 인한 보이지 않는 벽을 느껴온 사람으로서, 어릴 적 영어를 접하고, 배우고 이후에 아이가 영어를 못해서 겪는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순수히 이 단 하나의 이유로 나는 결국 영유 설명회에 가보게 되었고, 그 영유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남편의 설득이 있긴 했지만, 나는 계속 두려웠다. 학습식 영유가 우리 아이의 무의식에 미칠 영향이. 그래서 아이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조금만 짜증을 내도, 중간에 굉장히 많이 흔들렸으며, 워킹맘이기 때문에 꾸준한 서포트를 해주기도 벅찼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7세 중반에 영유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해 여기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영유를 보내기로 마음 먹고, 나는 당연히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아이가 많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잠자리 독서를 해왔기 때문에, 어떤 학습을 시작해도 그 기반이 탄탄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구나를 깨달은 시점은 영유를 반 년 즈음 보내고 나서였다.


엄마로서 반성을 해보자면:

- 영어로 된 영상이나 책과 같은 매체에 대한 노출이 거의 없었다. 그냥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키리키 영어'를 한 학기 다닌 것이 전부였다. 영어로 된 영상이나 책을 잘 활용해왔었더라면... 아이가 영어 문자, 영어로 말하는 환경에 대해서 좀 더 잘 받아들일수 있지 않았을까. 영어에 대해서 아이가 긍정적인 느낌을 가득 안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더라면, 아이가 좀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아이와 제대로된 대화/상의 없이 무작정 보냈던 것이 굉장히 아이에게 미안하다. 6세가 되고 영유 첫 날, 아이가 원복을 입고 애써 웃어보이는 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하다. 아이에게 그냥 영어 영상을 많이 접하게 해주고, 영어로된 책을 잠자리 독서 시간에 조금씩 읽어주고 했더라면... 그게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변 잠수네 영어나, 엄마표 영어를 하시는 분들의 책과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서 이 방법으로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

- 영유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면, 아이의 성향과 잘 맞는 영유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어야 했다. 나는 단 하나의 영유 설명회만 갔었고, 유명하다는 이유로 당연히 괜찮겠지, 생각하며 아이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 아이 성향과 그나마 맞는 곳을 골랐어야했다. 놀이식 영유이면서, 견학도 많고, 예체능 관련 시간이 학습보다 더 많이 확보되고, 한국어 사용에 대해 관대한 곳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런 곳에는 보내본 경험이 없어, 나의 생각 또한 bias가 있을 수 있겠다)




어찌 되었던 나는 영유를 통해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도 영유에서의 기억이 부정적인 기억보다는 긍정적인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지금은 일반 유치원에 다니기는 하지만 (매우 즐거워하면서 하루 하루 등원하고 하원한다(●'◡'●)), 영유에서 귀가 트였고, 기본적인 리딩과 스피킹, 아주 기본적인 파닉스와 3 문단 정도의 롸이팅 능력을 키울 수 있기는 했기 때문에 영유를 무작정 비판할 생각은 없다. (물론, 영어 롸이팅이나 리딩의 능력은 조금씩 실력이 줄어들겠지만... 이에 대한 부분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지금은 즐겁게 영어를 받아들이고 엄마와 안정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고 하는 부분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보고자 한다)


그 여정에 대해서 여기에 남겨 보고자 하며,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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