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인터뷰와 테스트

by 외딴방

6세 1년차 반으로 영유를 입학하기 위해 인터뷰를 보던 날이 생생하다.

영유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나요? 라고 물어보니, 간단하게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만 알아본다고 하셨다.


우리 딸 아이의 이름을 부른 인터뷰 보는 선생님의 전반적인 느낌은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상냥함'을 바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는 영유의 첫 이미지가 생기는 순간인데, 너무 딱딱해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장사가 잘 되니 그런 부분까지는 굳이 케어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를 인터뷰 방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그냥 서로 대화를 나누고 웃으면서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알아보는 '인터뷰'가 아니라 정말로 지면 테스트지에 아이가 뭔가를 고르고 적어내도록 하는 '테스트'였다. 얼핏 보았을 때 아이는 약 5장 정도로된 시험지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풀고 있었다. 나도 참으로 순진하기도 했지..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가 너무 궁금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를 본 선생님이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아주 짧게 설명을 해주셨다.

"TOP을 소리 내어 주었을 때 어떻게 쓰구요 (물론 틀렸던 것 같다), 고양이 그림을 보고 cut/cat/cit/cet 중에 cat으로 잘 골랐구요 등... 색깔도 영어로 다 말할 줄 아네요." 이정도의 피드백이었다.


아무튼, 테스트를 보고 나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아이가 발음을 정확하게 듣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단어를 여러번 불러주신 거였을텐데 굉장히 그 어조가 아이에게는 짜증스럽고 다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기질적인 부분을 확인해서 반 편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실력적인' 부분에서 6세 1년차 반이 적합할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듯했다. 수업을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자세가 되어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유아의 뇌 발달이나 정서적인 발달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그야말로 영어 학원이었던 것 뿐이다. 아이를 테스트 볼 때 선생님도 너무 딱딱해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구나를 확실 할 수 있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신 선생님들의 귀중함을 이 때 몸소 깨달았다.


결과를 떠나 테스트가 찝찝했지만, 그래도 어떡하리. 보내기로 마음 먹고 교육비까지 지불했으니, 일단 한번 보내보자라는 마인드였다.


아이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뭔가를 평가 받고 내가 틀리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학습식 영유에서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만 5세였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아이에게 미안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김붕년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유아 시기에는 '나 이것도 잘해~', '나 이것도 만들 수 있어', '엄마 이것봐! 나 잘하지?'하는 인생에서의 몇 안되는 자신감 뿜뿜하는 시기인데 - 나는 그 시기에 아이가 스스로 '나는 몇개 틀렸어', '누가 나보다 잘해', '나는 이것도 모르는 애야' 라는, 굳이 일찍 접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무의식에 스며들게 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실제로 3월 이후, 해당 영유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스펠링 테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첫 학기에는 다 맞고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행히 단어들이 dog, cat, rat, hat 정도의 아주 쉬운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학기 되어서부터는, 단어의 난이도가 생겨 아이가 다 틀리고 오는 날도 생겼다. 워킹맘이기 때문에, 금요일 전 스펠링 연습을 시켜주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스펠링이 중요한게 아니라 즐겁게 생활하며 귀가 트이는 것, 선생님과 소통하며 발화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스펠링 테스트를 위해 나 또한 추가의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었고, 아이에게도 '스펠링이 지금은 중요한게 아니야 - 엄마는 너가 다 틀려와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곤 했었다.


여기서 내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 바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

아이가 실제로 금요일 오전 테스트를 보고 겪을 잠깐의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는 엄마인 내가 직접적으로 겪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단계 떨어져 있는 것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의 몫이 되는 것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정말 스펠링 테스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대인배라고 해도, 아이는 옆에 아이가 다 맞는 것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나 이만큼 잘해~!' 가 아니라 '아 내가 누구보다 못하네'를 직접적으로 경험 하는 것이고, 그 아무리 정서적으로 안정 되어 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속상함을 짧게라도 몇 분 경험해야 하는 것이... 학습식 영유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들이라 하겠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피해가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보고, 잘 겪어볼 필요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학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친구와 놀다가 친구로 인해 속상해질 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엄마 때문에 외롭거나, 친구 사이에서 서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아이에게 주지 말자는게 아니다. 그 '학습'과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은 초등 고학년 되어서 느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게 너무 이른 시기부터 누적되었을 때 나중에 '공부 정서'가 망가질까봐 그렇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중에 정말 공부를 해야 할 때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본다.)


또 하나 간과했던 부분은.

엄마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숙제를 챙기고,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잘 신경 써주고, 오감을 활용한 놀이 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주고, 사회성을 위한 친구들과의 모임도 꾸준히 만들어주는 부분에서 - 엄마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나 또한 영유를 그냥 방치하면서 보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숙제도 봐주고, 밖에서 놀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고, 친구들과도 꾸준히 놀 수 있도록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엄마로서 숙제를 봐주고 여러가지를 챙겨주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챙길 수가 없었다. 일까지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나도 점점 쌓여갔다. 남편이 보내자고 해서 보낸 영유였지만, 숙제와 다른 부분들은 내가 대부분 떠안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교육 철학과 딱 들어맞지 않는 부분들이 발견이 될 때마다 스트레스였고, 불안정한 상태로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이 때부터였던가. 아이의 스트레스에 엄마인 나는 굉장히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영유에서 스트레스 받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짜증을 많이 부리는 날에도, 생활습관이 무너지는 것 같아 보여도, 아이의 심신이 안정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 아이 눈치를 보며 짜증을 무리하게 받아준다던지, 생활습관을 지키지 못해도 넘어간다던지 하는 일들이 생기고는 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특히나 마음이 약한 워킹맘인 것을... 어찌하랴. (┬┬﹏┬┬) 나보다 훌륭한 엄마들도 물론 있을 것이고, 나와 비슷한 엄마들도 있을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엄마들이 한 번쯤은 학습식 영유에서의 숙제 또는 테스트를 '굳이 이렇게나 많이(?)'라고 생각해봤을법 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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