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영유를 그만둔다

by 외딴방

6세 1년차 반을 다닌지 한 두어달 되었을 무렵, 5세 초반에 일반유치원에서 잠깐 같은 반이었다가 영유로 갔던 남자 아이가 영유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남자 아이는 5세 5월 정도 즈음에 영유로 편입한 아이었다.

자세한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은 알 수 없으나, 장난끼 많고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말 그대로 평범한 남자아이었다. 그 아이가 5월에 영유로 갔을 때 다들 영유는 자리 나기가 힘든데, 일찍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복이다, 라고 했었다.


그 아이를 종종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면 '누구야 안녕~ 우리 같은반이었지~'하고 인사를 하곤 했는데, 아이의 밝은 면이 조금은 억압된 것 같아 보였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함께 왔던 외국인 시터는 옆에서 아이를 관찰하기는 커녕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이가 놀다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했을 때에도 그 시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누구야~ 그러면 안돼. 다음엔 그러지 말아줘 알았지~?' 했다. 분명 몸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해맑게 걱정 없이 노는 것과는 조금 달랐고, 함께 온 어른의 관심과 보살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6세가 되자 다시 일반 유치원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아, 정말 다행이다. 아이가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인 상태로 즐겁게 다니면 정말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를 7세 초반에 동네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에는 정말 안도가 되었다. 여느 7세 남자아이처럼 친구들이랑 행복하게 뛰어다니고 말도 많이 하는 걸 보고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내 아이가 아니었지만 내 아이의 또래 친구들은 늘 귀엽고 관심이 절로 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똑같은 5세 5월이었을 때, 어느 여자아이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다. 영유 5세 1년차반을 다니다가 거부가 너무 심해서 온 아이었다. 아이의 기질은 좀 예민한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사랑스럽고 씩씩한 여장부 모먼트가 있는 아이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놀이식 영유를 보냈다가 아이가 매일 아침 너무 힘들어해서 일반 유치원으로 옮겼다고 하셨다. 그리고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자 등원 거부가 사라지고 아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더라도 지금은 일반 유치원에서 누리과정을 배우는게 너무 만족스럽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용기와 결단을 욕하거나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엄마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말고도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또 나열해보고자 한다:


1. 6세 2학기 때에 같은 영유 다른반 남자 아이가 일반 유치원으로 옮겼다고 들었다. 그 아이의 경우, 2학기가 되어 'No Korean'이 시행되었을 때부터 아예 입을 닫아버린 케이스였다. 엄마의 고민 끝에 그 아이는 일반 유치원으로 가게 되었고, 아이는 그 때부터 신나게 재밌게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


2. 7세 5월에 일반유치원으로 간 옆 반 여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도 어느 날 엄마에게 '엄마, 나는 한국말로 대화하면서 지내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자는 결단을 내리셨다고 한다. 나는 이 케이스에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내 딸도 비슷한 말을 몇 번 했었기 때문이었다. 불안감이 전염성이 크듯, 용기 또한 전염성이 크다는 것을 이 때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 부모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모님이 실제로 굉장한 전문직 부모라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신뢰가 갔다. :-D


3. 다른 영유를 1.5년 다니다가 지금의 일반유치원에 함께 전학 온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어머님께서는 초등 준비를 위해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셨다고 한다. 특히나 초등학교에 가면 반 인원도 배로 많아지고, 여자아이들의 경우에는 단짝이나 무리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성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시다가 옮기셨다고 하고 현재까지 매우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4. 조금 다른 양상의 케이스도 있다. 어느 반에나 기질적으로 조금 더 개구장이이고,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가 있기 마련인데, 그 중 한 명이었던 남자아이가 반 아이들을 조금씩 괴롭혔었나보다. 이 부분을 한국인 부담임 선생님이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유아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된 '훈육'을 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아이와 피해를 준 아이 부모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그런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 영유에서의 '훈육'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곳은 유아 전문 교육 기관이 아니라 단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영유를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유아 교육을 전공을 한 부담임 선생님을 모시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적절한 때에 배워야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거나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영유를 누군가는 어느 시점에서 그만둔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이기 때문에 내리는 결정일 것이다. 만약 내 아이가 영유를 너무 힘들어해서 그만둘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이 눈높이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기질적으로나 성향적으로 영유가 잘 맞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아이들이 직접적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내 아이를' 바라보고 '나와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정할 필요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참.... 부모 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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