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만난 인연들 4편

가장 무섭지만 가장 따뜻했던 영어 선생님

by 시더루츠

숫기가 없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던 시절, 내가 마음을 붙일 수 있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학원이었다. 혼자였던 나를 방관했던 학교 선생님들의 기억은 상처로 오래 남았다. 그 뒤로는 어디에서도 쉽게 정을 붙이지 못했지만, 학원만큼은 한 줄기 빛 같은 쉼터였다.


학교에서는 공부에도, 친구 관계에도 진전이 없었지만 학원은 달랐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학교에서와 다르게 나를 대했고, 선생님들도 따뜻했다. 밝고 친절한 수학 선생님, 남자친구와 싸우고 울기도 했던 국어 선생님, 그리고 같이 게임을 하던 과학 선생님까지. 그곳의 선생님들은 격식을 앞세우지 않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공부하고 놀아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섭지만 가장 따뜻했던 분이 영어 선생님이었다. 처음에는 과격했고 잔소리도 많아 아이들을 괴롭히기로 유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싫지 않았다. 어느 순간 선생님과 우리는 가까워져 있었고, 함께 웃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 선생님은 달랐다. 지나치게 솔직하셨고, 꼭 도덕적으로만 행동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 선생님은 참 인간적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아이들 모두 영어 선생님을 좋아했고, 정말 친구처럼 지냈다. 공부에 별 관심 없던 내가 영어를 가장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분이 가르치는 과목이 영어였고, 그저 칭찬 한마디 듣고 싶어서였다. 나는 관심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덕분에 영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 되었다.


그분은 판에 박힌 “공부 잘해야 좋은 사람 된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월급 받는 선생이니까 최선을 다해 가르치지만, 너희가 안 하면 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태도가 오히려 나를 더 공부하게 만들었다. 뭔가 지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 당시에는 그분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 나는 그 선생님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인간적인 교육 속에서 나는 더 잘 성장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학원은 스파르타식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곳이었다. 선생님들의 연애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아이들과의 장난 같은 소소한 일상들. 그 순간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고,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성인이 되면서 학원과 자연스레 멀어졌지만, 여전히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이후 대학 시절에는 전형적인 교수님들과는 자주 부딪혔다. 반대로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길을 개척해 오신 교수님에게는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교육의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고, 마음을 주고받게 하는 일.
나는 그런 경험 속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것이 진짜 배움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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