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반란

두더지의 굴, 숨겨진 재능의 가치

by 시더루츠

나는 참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대학교도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갔고, 전교 꼴등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사회성은 서툴렀고, 예민한 성향 때문에 쉽게 지치곤 했다.


몇 년을 취업 준비생으로 보내다가 연봉 2천만 원짜리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이후에는 계약직과 파견직을 전전하며 철새처럼 직장을 옮겨 다녔다. 어느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했을 때도, 오히려 덜컥 겁이 나 도망쳤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늘 끈기 없는 놈, 그리고 낙오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었다.


그렇게 반백수처럼 살았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다만 세상의 시선과 환경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유튜브나 SNS에서도, 애초에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억대 연봉 IT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 의사처럼 전문적 커리어를 접고 귀농을 선택한 사람은 호기심을 끌지만, 진짜 은둔형 외톨이나 힘겨운 백수들은 작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바뀐 게 있다면, 지금 나는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는 일, 커피 한 잔, 자전거 타며 바라보는 풍경이 주는 기쁨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내 삶을 지탱해 준다. 그리고 백수라고 해서 모두 끝난 건 아니다. 역사와 현실 속에서도 밑바닥에서 출발해 반전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 유니클로 창업자와 초한지의 한신 역시 한때는 백수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동물의 세계로 비유해 보자. 하늘을 나는 능력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 시대가 있었다. 새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혜택을 누렸다. 반면 날지 못하는 동물들은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평생 허드렛일이나 힘든 노동만 맡아야 했다.


그 속에서 한 두더지는 달랐다. 대부분의 두더지는 자신의 능력인 땅파기를 하찮게 여기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새들의 둥지 짓기에 몰두했지만, 그는 끝내 땅파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생계는 간신히 유지했지만 많은 시간을 파는 일에 쏟아부었다. 세상은 그를 무시하고 낙오자라 불렀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큰 자연재해가 닥쳤다. 바깥세상은 황폐해졌고, 특히 새들은 날 수 없게 되며 지위를 잃었다. 그때 두더지가 파놓은 굴은 모든 동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세상은 마침내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았다. 두더지를 무시했던 동물들은 사과했고, 그는 그들을 품어주며 땅 파는 법을 전수했다.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재능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키워낼지다. 시대마다 멸시받는 직업과 각광받는 직업은 늘 존재했다. 지금은 화려한 스타처럼 보이는 연예인이나 의사도, 과거에는 존중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나는 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시선과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길이고 어쩌면 우리의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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