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권력의 무의식

가부장제의 유산과 개인주의 시대의 사랑

by 시더루츠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 결혼정보회사와 나는 솔로 같은 연애·결혼 콘텐츠가 자주 노출되었다.
처음엔 가볍게 보다가 어느새 계속 시청하게 되었는데, 서로의 스펙, 재산, 외모, 학벌, 집안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고 매칭하는 방식은 감정적으로는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의 남녀는 전반적으로 개인주의, 더 나아가 이기주의가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결국 과거의 결혼 제도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한국 사회는 유교적·가부장적 가족 구조 속에서 남녀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을 했다.
이 관계에는 위계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등급 남성은 2등급 여성과, 2등급 남성은 3등급 여성과 결혼한다.


이 구조는 남성과 여성의 본능적 선택을 충족시키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다.

외벌이가 흔했던 시절, 남성은 결혼과 동시에 가정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했다.
그 책임과 헌신의 대가로 가정 내 통제권을 갖게 되었다.


반대로 여성은 헌신과 내조를 통해 가정을 유지했지만, 그 구조 속에서 아래의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그 시절을 보고 자란 딸들은 아버지의 권위와 어머니의 희생 사이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을 품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남성에게 종속될 필요가 없어졌다.
이것은 분명 좋은 변화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긴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들조차, 여전히 자신을 책임져줄 ‘강한 남성’을 원한다.


여성이 ‘뛰어난 남성’을 원한다면, 그 남성은 자연스럽게 위계와 주도권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여성은 그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다.
여기서 권력 — 헌신 — 자유 사이의 모순이 발생한다.

남성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평균을 상회하는 남성 : 자신의 능력과 영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며 평등한 관계보다는 자신이 우위인 관계를 선호한다.(이것이 현실이지만 절대로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이미지 관리상)


평균 이하의 남성 : 책임의 부담은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파트너를 원한다.(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그룹 역시 통제권을 갖고 싶어한다.)


통계적으로도 여성의 지적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혼인율은 낮다.
이는 남성이 자신보다 우월한 여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통제권을 잃는 관계에서 위협을 느낀다.


여성 역시 자신보다 종합적으로 부족한 남성에게 끌리기 어렵다.
평등을 말하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힘의 시소가 작동한다.

결국 현재의 남녀 관계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서로 장점만 취하고, 부담과 불편은 미루려 한다.


남자는 아버지 세대의 통제력과 존중을 원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희생과 책임은 원하지 않는다.


여자는 어머니 세대의 보호받고 사랑받는 위치를 원하지만,
어머니 세대의 순응과 헌신은 거부한다.


즉, 둘 다 주도권을 쥐고 싶다.


남성은 힘의 주도권을,

여성은 관계의 주도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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