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바람바람
나는 태국을 참 좋아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오토바이 택시를 타러 태국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태국이었다. 가장 외국 같으면서도 거리가 멀지 않고, 퇴사한 백수에게 부담되지 않는 비용으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날씨가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어?” 하고 가장 저렴하고 역에서 가까운 선풍기 방을 골랐는데, 첫날밤은 열대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볶음밥을 골라 먹었지만, 낯선 향신료 냄새에 결국 다 뱉어버렸다. 그것이 첫날의 기억이었다.
서툰 영어와 구글맵을 의지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도심에서 마주한 수많은 오토바이들은 나를 겁먹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몰려드는 소리에 한동안 어지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적한 치앙마이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알게 되었다. 일반 택시의 절반 가격,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첫 시승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무뚝뚝한 기사가 손짓으로 “타라”고 하자, 나는 뒷자리에 새색시처럼 앉았다. 빠른 속도에 몸은 오리처럼 뒤뚱거렸고, 손은 기사 허리에 올릴 수도, 아래를 잡을 수도 없어 허공에 멈췄다. 간신히 뒤쪽 손잡이를 잡으며 신선한 긴장을 느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돈을 아끼겠다는 명분으로 매일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균형을 잡았고, 두 손을 자유롭게 둘 정도가 되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쳤다. 그 순간 나는 강렬한 존재감을 체험했다.
그것은 날아가는 즐거움 같았다. 내 안의 묵은 것들이 바람처럼 흩어지고, 순간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 맛에 빠진 나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오토바이 택시를 탔고, 어린아이처럼 오토바이를 보면 행복해졌다.
기사들도 나를 기억하고, 내가 웃으며 인사하면 웃음으로 답해주곤 했다. 또한 오토바이는 묘한 쾌감을 주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순간은 오토바이 게임처럼 짜릿했고, 앞서나간다는 의기양양함마저 느껴졌다.
태국에서의 오토바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좁은 골목을 스치며 불어오던 바람, 차 사이를 가르며 느꼈던 짜릿한 순간들, 기사와 주고받던 짧은 웃음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다. 그것은 나에게 자유였고, 바람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준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그 바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