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입는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by 시더루츠

나는 옷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사주시는 옷을 그대로 입었고,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그럭저럭 신경을 써야 했지만

그 또한 상황에 따라 잠깐 정리하는 정도였다.


나이가 들수록

일은 프리랜서로 바뀌고,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자 옷에 대한 관심도 더 줄어들었다.

가끔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

격식 있는 옷이 없어 당황하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한 구석에서 올라왔다.

“조금 더 단정하게 입고 싶다.”


누굴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꾸며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조금 더 단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늘 손이 가던 트레이닝복과 후드를 내려놓고

나는 어느새 깔끔한 니트와 코트를 보고 있었다.

과하게 비싼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품이 있었다.


클래식하고,

요란하지 않고,

숨지 않는 단정함.


아마 그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과장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있는 사람.


한 벌을 사니

또 다른 옷이 보였고,

그 옷에 어울리는 신발이 사고 싶어 졌고,

그 신발과 어울리는 코트가 필요해졌다.


쇼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나는 어떤 질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어떤 실루엣일 때 내가 ‘나’ 같아 보이는지.


나는 부드러운 니트와 깔끔한 블랙 슬랙스 바지를 좋아했다.

단정한 블랙 로퍼,

그리고 약간 여유 있는 차콜색 코트.


그 모습으로 외출을 준비할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화려해서가 아니라,


여유롭고,

은은하고,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감.


그게 참 편안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처럼 딱 맞는 향수를 만났다.

시더우드 나무가 가진 따뜻함과

천천히 스며드는 깊은 잔향.


놀랍게도

그 향은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입는 옷과

내가 지향하고 싶은 나와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어쩌면 패션은

겉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조용히 말해주는 언어인지도 모르겠다.


패션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그 방식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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