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 편지로부터, 나의 글쓰기

브런치에서 시작된 나의 작은 꿈

by 시더루츠

나는 지난 10년간 참 많은 책을 읽어 왔다. 자기 계발서, 철학, 심리학, 종교서적, 에세이, 소설 등... 글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부정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책을 가까이했어도 내가 글을 쓸 생각은 못했다. 아직 부족하다고 여겼고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소소하게 일기를 쓰곤 했지만, 어느 순간 멈추었다. 그러다 일상의 루틴을 기록하며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 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머릿속에 브런치가 떠올랐다. 이름만 들어본 플랫폼이었지만 그날따라 호기심이 생겨, 나름 심혈을 기울여 쓴 글로 작가 신청을 했다. 뜻밖에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아직 글을 쓴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몰입도가 크다. 심플한 디자인과 정적이고 평화로운 인터페이스 덕분일 것이다. 쓰다 보면 이 글이 나를 위한 것인지, 독자를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 과정 자체에 만족한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울린 책이었다. 그중 떠오르는 책이 있다. 바로 『삼현수간』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의 편지를 모은 책으로, 역사책에서 보던 엄숙한 모습이 아니라, 학문을 토론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때로는 툴툴대고 다투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율곡 이이가 남긴 “나라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심이 흐트러졌다”는 말에서는 국가의 운명과 학자의 책무를 동시에 짊어진 무거운 마음이 읽혔다. 또 다른 편지에는 집이 없어 가족이 고생 중이라 집부터 마련해야 돌아갈 수 있다”는 구절을 접했을 때는, 조선에서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았음을 실감하며 웃음이 나기도 했다. 지금의 서울 집값 문제와 다르지 않은 고민이 수백 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단순히 책의 인쇄된 글자 이상의 무언가로 율곡 이이 선생님과 내가 연결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동질감, 시대를 초월해서 만난 그 느낌은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그들의 존재와 역할은 무엇인가?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은 존경할만한 어른들을 찾기 어렵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것을 물려주고자 했던 선조들의 뜻을 아주 작게나마 이어받아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내가 글로 배운 것이 크듯, 언젠가 나의 글도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으로, 혹은 본받을 만한 흔적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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