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데 한의원에 간다

고치기보다, 내려오기 위해

by 시더루츠

나는 종종 한의원에 간다.
특별히 불편하거나 당장 치료가 필요한 외상이 아니라면 병원을 찾지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원에는 주기적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그 이유는 대개 나의 고통이 몸보다는 신경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예민한 성향을 가진 나는 신경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쉽게 균형을 잃는다. 쉬고 있어도 쉰 느낌이 들지 않고, 생각은 멈추지 않은 채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하지불안이나 허리 통증처럼 몸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도 그런 이유로 한의원을 찾았다.


지금은 사독침법이라고 불리는 비교적 특수한 침 치료를 받고 있다. 예민한 성향의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치료의 효과를 따지기 전에, 내가 한의원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언제나 비슷하다. 공간의 공기, 말투, 손길 같은 것들에서 전해지는 사람의 온기다.


찜질을 하며 배를 데우고 조용히 누워 있으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풀어진다. 그러다 보면 괜히 금세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계산하기도 전에, 이미 내려와 있는 상태가 된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아프지 않으면 한의원에 가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말하는 ‘아픔’은,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것과 조금 다를 뿐이다. 피가 나거나 걷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을 때만을 아픔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다.


나에게 아픔은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상태,

생각이 멈추지 않는 밤,

몸보다 신경이 먼저 지쳐버린 날들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아직 버틸 수 있을 때,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한의원에 간다.

나는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태를 조율하기 위해 그곳에 눕는다.
한의원은 나에게 치료의 장소라기보다, 다시 내려오는 연습을 하는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프지 않은 얼굴로 한의원에 간다.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려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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