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나에 의해서만 무너져야 한다

by 시더루츠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정보의 폭발로 비대칭성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진 시대에
우리는 점점 더 개인화된 삶을 살고 있다.


이 시대는 개인의 성숙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커다란 불안과 공허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해소의 통로를 찾는다.
책에서, 종교에서,
혹은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그 과정에서 받는 충격은 실로 크다.
기존의 내가 무너지는 것 같고,
삶 전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사람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은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후회와 서러움, 억울함이 남는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지고,
세상 탓, 가족 탓, 환경 탓까지
‘탓’이라는 탓은 다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굿 윌 헌팅의 대사처럼,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정말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외부의 지표는
그동안의 나를 점검하는 데까지만 사용하면 된다.
나의 내부를 함부로 붕괴시키는 도구로
넘겨줄 필요는 없다.


나는 오직 나에 의해서만 무너져야 한다.
그 무엇도 나를 대신 무너뜨릴 수는 없다.


같은 이유로,


나는 오직 나에 의해서만 다시 세워져야 한다.

무너뜨리는 일과 다시 세우는 일은
반드시 ‘나’를 통해서만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이 있다.


무너짐과 세움의 과정에
내가 아닌 타인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나는 있는 힘껏 참여할 수 없다.

그 순간,
조금 편해질 수 있는 구실과
누군가를 탓할 수 있는 변명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처님의 말처럼,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


다만 이 모든 과정에는
하나의 전제만 있으면 된다.

그저 진실하라.
내가 보는 나의 모습에, 진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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