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또 부순다

by 시더루츠

부수고 또 부순다.

가면을 버린다.

좋은 사람인 척,
성공한 척,
위대한 척,
깨달은 척,
유식한 척.

강한 척.

약한 척.

모든 척은 다 버린다.


세상이 준 것이든
부모가 준 것이든
내가 만든 것이라도.

버리고 또 버려도
버릴 수 없는 것이 남는다.

그것이 내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된다.

다시 연결된다.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정렬된다.


나는 극단으로 간다.
개인주의의 끝까지.

그리고 그 끝에서
이타주의의 나를 만난다.


나를 세우는 나와
남을 세우는 나가 충돌한다.


그 경계에 선 또 다른 나는
싸우지 않는다.
바라보고 정리한다.


확장과 수축, 멈춤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것들을 어우러지며

더디게 확장하고

더디게 내려놓는다.


다만

어떤 순간도

멈춘 적은 없다.


이 모든 것은
가장 큰 것과 맞물린다.
순환고리는 뒤죽박죽처럼 보이지만
지극히 정밀하다.
그리고 또 정밀하다.


그것은 이제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무의식 속에서
말해지지 못한 감정들이 있었다.

억울함,
분노,
슬픔,
울분.


그것들은 DNA를 통해

대를 건너 옮겨져 왔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동체 집단 속에서

드러나지 못한 생각과 개인들이 있었다.


그것들 또한 머리에 갇혀
대를 건너 옮겨져 왔다.


그것은
독이었고
동시에 약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소화되고 있었다.


부딪히고
찢기고
만신창이가 된 내부에서

그것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려 한다.


이것은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개인을 뚜렷이 드러내는
묘한 방식이다.

여태 세상에 없던

방식이 될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앎을 넘어서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넘어서고
감당할 수 없는 몸을 넘어서서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책임지려 한 사람에게서
그것은

조금씩 열린다.


이것은
한 개인이 자신의 세계를 정화하고
통합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넉넉한 영향력으로
결국 타인에게 닿는다.


시작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내가 신경 쓸 것은

오직 나다.


다른 것들은 그저
내 안의 또 다른 모습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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