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에 대하여

나를 지탱하는 힘

by 시더루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고요한 순간이 있다.


그것은 주로 혼자 있을 때 찾아오지만,
심심찮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이루어진다.


주변의 환경과 느껴지는 감각,
그리고 나의 의식과 감정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순간.


그 짧은 일체성 속에서
나는 마치 깨어나는 것 같고,
한없이 평화로움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의 시간들은 그렇지 않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시 나를 삶 속으로 침투하게 만든다.

여전히 쉽지 않다.


나는 학창 시절을
영혼이 분리된 사람처럼 살았다.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고,
상처들은 애써 무시한 채 살아갔다.

강제로 억눌러야 했기에
늘 긴장했고, 늘 전전긍긍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무기력과 무감정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몰아붙여졌고,

고통 속에서 고통을 피하기 위해


나는 결국 마음을 열었다.

그러고 나니
억눌러 두었던 감정과 고통들이

그대로 밀려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깊은 슬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들은 조금씩 정화되었고, 일상의 기쁨도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주에서는
좋은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고,
나쁜 운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왠지 억울한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기쁨과 즐거움, 행복과 사랑도
그냥 오지 않는다.

의지를 내야 하고,
유지하려 애써야 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우리를 파묻어 버린다.


좋은 것들은 노력이 필요하고,
나쁜 것들은 아무리 애써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나의 다짐이기도 했다.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이
그저 고통과 후회, 미련과 죄책감으로만
남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그것들로 나는 더 성장하고,
결국 모두 써내겠다는 선언.


그래서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은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그것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누가 쥐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세운 성만이
오직 내가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나 타인이 만들어준 성은
손대지 않아도
때가 되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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