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쁜 것도 좋게, 좋은 것도 좋게

by 시더루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새해 인사다.

마침 고마운 사람이 있어 메시지를 보내려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문장을 고쳐 썼다.
나쁜 일도 좋게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2025년이 지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은 참 빠르다.
나에게 2025년은 유난히 힘든 해였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부모님 집으로 쫓기듯 떠나야 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그 이후의 일들은 오래도록 나를 고되게 했다.


인간관계도 넓지 않은 편인데,
정신적인 교류가 활발했던 모임이 산산이 부서졌고
그 안에 있던 모두와 멀어졌다.
심지어 가장 가깝고 의지하던 친동생과도 크게 멀어져
거의 의절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혼자가 되었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괜찮아졌지만.

돌이켜보면, 이 고통을 통해 얻은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미루고 미뤄왔던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에 진전이 있었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나의 어둠을 보게 되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일들도 겪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나의 편이 많아진 느낌이다.
내면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존재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칼 융의 『레드북』은 나에게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며

조금씩, 진짜 나의 편으로 만들어왔다.
작년에 가장 잘한 일을 하나 꼽으라면
이 작업일 것이다.

이제 이 아이들은 내가 힘들 때 의지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말이
이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좋은 일’이란 대개
변화보다는 욕망을 채워주는 일이고,
자유롭되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일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나쁜 일들이 가장 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통과한 뒤에야 알 수 있다.
과정은 지옥 같고,
감정은 흔들리며
사람은 예민하고 날카로워진다.


꼭 이렇게까지 겪고 느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가끔은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나의 습성과 경험은
변화를 강하게 저항한다.


때가 낀 안경을 쓰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안경에 때가 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전까지는
안경을 씻을 생각조차 못하니까

그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래도 그게 필요하니까...


올해에는 나라 경제도 안정되고 회복되기를 바라며

한국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인들에게는 외면해 왔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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