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과 사색

다크는 조용해지고, 화이트는 빛난다

by 최규성

제과사로서 다양한 재료와 넓은 스펙트럼의 맛을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은 언제나 분명한 취향의 흐름 위에 놓여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대체로 가볍고 산뜻한 디저트에 더 쉽게 손을 내민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말은 곧 잘 팔린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묵직하고 진하다는 인상을 주는 디저트는, 맛의 깊이와는 별개로 선택지의 뒤편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 경계선 위에서 가장 조용히 외면받는 재료가 있다면, 아마도 다크 초콜릿일 것이다.


다크 초콜릿은 흔히 ‘쌉싸름하다’, ‘무겁다’, ‘어른 입맛이다’라는 이미지로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다크 초콜릿의 본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카카오가 가진 산미, 은은한 쓴맛, 그리고 입안에 길게 남는 여운은 오히려 지금의 취향과도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 문제는 재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재료를 다뤄온 방식이다.


‘달다’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이고, ‘무겁다’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선호는 작업자의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자연스럽게 다크 초콜릿의 구매 빈도는 줄어들고, 그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재료는 화이트 초콜릿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한국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선호하는 맛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산미나 쌉싸름함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하며 익숙한 맛. 우유와 크림을 연상시키는 편안한 인상. 화이트 초콜릿은 그 중심에 있는 재료다.


화이트 초콜릿의 진짜 매력은, 어쩌면 ‘주인공’이기보다 ‘무대’에 가깝다는 데 있다. 스스로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재료를 더 또렷하게 보이게 해주는 배경. 말하자면 도화지 같은 존재다.


말차나 흑임자처럼 색과 향이 분명한 재료들은 다크 초콜릿과 만나면 자칫 존재감이 흐려지기 쉽다. 반면 화이트 초콜릿 위에서는 그 고유의 색감과 향이 훨씬 선명하게 살아난다. 화이트 초콜릿이 가진 분유의 부드러운 맛과 카카오 지방의 질감은, 과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감싸 안는다. 그래서 다른 재료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돋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감미의 조율자’ 역할을 한다.


최근 큰 인기를 끌며 자영업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두바이 쫀득 쿠키’만 보아도 그렇다. 사람들은 주로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마시멜로우 같은 눈에 보이는 재료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구조를 실제로 붙들고 있는 숨은 핵심은 화이트 초콜릿이다. 점성을 만들고, 재료를 결속시키며, 전체의 단맛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정리하는 역할.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중심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기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마시멜로우의 품귀는 물론이고, 이제는 화이트 초콜릿마저 가격 상승과 품절이라는 이름으로 작업대를 위협한다.


가격은 이미 부담의 선을 넘어섰고, 오늘은 품절이라는 이유로 화이트 초콜릿조차 손에 넣지 못했다. 작업대 앞에서, 레시피가 아니라 재고표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는 시간. 그저 조용히 흘려보내는, 제과사의 작은 넋두리 같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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