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과제빵 경연을 바라보며
여전히 제과 제빵을 주제로 한 경연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라기보다 아쉬움에 가깝다. 쉽지 않은 소재를 선택해 기획하고 촬영까지 이어간 제작진의 노고는 충분히 짐작되지만,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뿐 아니라 한 명의 시청자로서 보더라도, 이 방송은 재미의 밀도와 프로그램 완성도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그 아쉬움에 대한 내 마음속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제작진에게 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직업군을 방송의 소재로 선택했다면, 적어도 그 선택에 상응하는 존중은 전제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 기대는 점점 희미해지고, 깊은 이해와 존중 위에서 출발한 기획은 아니었겠다는 씁쓸한 여운만이 남는다.
이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과거 몇 차례 제과 관련 방송 기획 과정에 섭외되기도 해 보고 가벼운 자문을 해본 적이 있다. 그 경험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의 난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벽은 스폰서십이다. 요리 분야와 달리 제과 제빵은 후원이 쉽게 붙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결국 시청률에 대한 기대치와, 그에 뒤따를 상업적 파급 효과를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제과 제빵은 특성상 대규모 설비와 다양한 기물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조리 환경을 넘어, 전문 장비에 대한 선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자본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해 왔고, 어쩌면 그 점이 지금까지 제과 제빵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쉽게 탄생하지 못했던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실제 기획을 넘어 촬영과 편성에까지 안착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적어도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분명, 방송을 통해 회수하거나 획득해야 할 명확한 목적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방송을 지켜보며 남는 인상은, 기획이 먼저이고 투자가 뒤따른 구조라기보다 투자 확보가 선행된 뒤 그에 맞추어 기획이 정렬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제과제빵을 소재로 한 투자 제안이 먼저 있었고, 제작진은 그 조건과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의 틀을 구성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제작진 스스로에게 방송 기획자로서 투자가 아니었다면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분명한 기획 동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무성의한 인상의 결과물로 방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따라온다. 물론 이러한 한계가 전적으로 제작진 개인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방송은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제약 속에서도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태도와 존중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빵과 디저트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친숙한 식품이다. 그러나 그 안에 감춰진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은 대중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이라면, 그 과정에서 전문 용어와 기술적 설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업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가 낯설지 않도록,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가 함께 마련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방송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라도, 전문 용어가 등장할 때 간단한 자막 설명이나 최소한의 보조적 안내는 필요했을 것이다. 굳이 이미지나 별도의 영상 자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청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장치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전문성을 다룬다는 것은 단지 어려운 기술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화면 안으로 초대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더라도, 존중은 선택의 영역이다. 작은 설명 하나, 맥락을 짚어주는 자막 한 줄이 그 업을 대하는 제작진의 관점을 드러낸다.
한 차례의 정돈된 비판으로 담백하게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업계인으로서 체감되는 아쉬움은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나 스스로 제과업에 대한 본질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시기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