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다. 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 우승은 상징적인 장면이었고, 제과 분야 역시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짧은 역사와 기반을 고려하면, 분명 놀라운 성장 속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 집중력과 추진력이 오늘의 빠른 성장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러나 가파른 기술의 상승 곡선이 곧 내면의 깊이까지 함께 자라났다는 뜻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속도는 외형을 키우지만, 깊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성취의 규모와 축적의 밀도는 같은 척도로 측정되지 않는다.
기술자로서 성장을 갈망하는 것은 장인의 길을 걷는 이에게 본능과도 같다. 스스로 정체되기를 바라는 기술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과는 삶의 필수재가 아닌 기호의 영역에 속한다. 대중은 굳이 제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뒤쫓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그것은 각자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제빵이든 제과든 결국 그 가치는 대중을 통해 소비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술이란 결국 대중과의 접점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며,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기술은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취는 충분히 자부할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질문은 남는다. 이 기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과연 누구를 위한 성취일까.
같은 식음료 분야 안에서도 제과의 도약에 앞서 커피와 요리의 성장이 먼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끝을 보려는 성향은 이 두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커피의 경우, 이제는 해외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한국보다 확연히 더 낫다는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전반적인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다. 커피 기술의 상승은 동시에 대중이 커피를 바라보는 눈높이 역시 함께 끌어올렸다. 어찌 보면 커피 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대중의 기준이 비교적 비슷한 속도로 나란히 성장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커피라는 음료의 성격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과 맞물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요리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여전히 대중에게 다이닝은 낯설고 어렵다. 일상과는 다른 문법, 높은 가격, 형식화된 코스 구성은 심리적 장벽을 만든다. 그래서 이 영역은 커피처럼 폭넓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다이닝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얇지만 분명한 마니아층이 있다. 그리고 그 마니아층은 단순한 취향 집단이 아니라, 높은 객단가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소비층이다. 다이닝은 기본적으로 높은 객단가 구조를 전제로 한다. 여기에 와인 소비가 결합되면 매출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음식의 기술적 완성도와 와인 소비문화가 함께 작동하면서, 소수의 강한 소비가 산업을 지탱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더불어 미디어와 평가 시스템의 작동이다. 가이드, 랭킹, 셰프의 서사, 공간의 스토리텔링은 대중 전체가 아니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을 강하게 결집시킨다. 이 집중된 관심은 얇지만 밀도가 높다. 결국 우리나라 다이닝의 비약적인 성장은 대중의 눈높이와 나란히 확장된 결과라기보다, 경제력 있는 소비층의 안정적인 지지와 산업 내부의 기술적 욕망이 맞물리며 이루어진 성장에 가깝다. 넓이는 제한적이지만, 그 안의 밀도는 높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제과 위치는 어떨까. 제과는 다이닝처럼 높은 객단가와 소수의 경제력에 기대어 유지되는 구조도 아니고, 커피처럼 일상 필수 소비재로 깊게 침투한 영역도 아니다. 기호품이지만, 일상성과 사치성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기술은 빠르게 상향되었지만, 대중의 기준과 소비 밀도가 그 속도를 따라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과는 기술은 앞서가고 있으나, 소비의 구조와 문화적 인식은 아직 그만큼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높은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재료비와 인건비, 시간의 밀도는 점점 커지는데, 소비자는 그 상승분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현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기술의 밀도를 낮춰 가격 저항을 줄이거나, 가격을 유지한 채 소비층의 확대를 기다리거나. 어느 쪽이든 긴 호흡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화적 언어다. 커피는 산지와 로스팅, 다이닝은 셰프와 콘셉트라는 비교적 명확한 담론을 형성했다. 반면 제과는 여전히 ‘예쁘다’와 ‘달다’라는 감각적 소비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의 구조와 의도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언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제과는 과도기적 위치에 있다. 그 한가운데에서 나 역시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고 나아가야 할지 혼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