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가격은 누가 지불해왔는가

by 최규성

노마(Noma)의 르네 셰프가 노마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사퇴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배경이 ‘주방 내 가혹 행위’와 ‘착취적인 노동 환경’이라는 점이 제법 충격적이다.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암묵적으로 쉽게 말하지 못했던 그 이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다이닝 업계와 제과 제빵 업계가 명맥을 유지해 온 방식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자문해 본다. 스스로를 지탱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얼마나 있는가? 솔직한 대답은 '많지 않다'에 가깝다. 파인 다이닝은 구조적으로 지극히 비효율적인 모델이다. 단 몇 분의 미식 경험을 위해 요리사들은 10시간 이상의 노동력을 거친다.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준수하고, 합당한 연장 수당을 지급하면서 현재의 객단가를 유지하며 운영하기란 경영학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 업계의 화려함은 누군가의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시간 착취, 그리고 오너 셰프의 보이지 않는 무한한 자기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


우리는 식재료의 원가에는 민감하면서도, 노동의 원가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거나 때로는 무지했다. 임대료와 각종 고정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가격에 반영한다면 대중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가격에 대한 저항과 비용 상승 사이에 생긴 이 간극을 메워 온 것은 결국 주방 인력들의 과도한 노동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과연 ‘비즈니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스로의 노동력을 갉아먹으며 유지되는 모델은 경제적 자생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업계에 왜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자리 잡고 유지되어 온 것일까. 그 중심에는 ‘도제 시스템’이 있었다. 기술 전수라는 명목 아래 무급 혹은 저임금 노동이 자연스럽게 정당화되었다. 최근 미식 업계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논의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비판받아야 할 곳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과거 제과 제빵 업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통’ 혹은 ‘도제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온 그 시절의 주방은, 실상 누군가의 삶과 시간을 크게 희생시키며 유지되어 온 구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 빵값이 저렴했던 이유를 역시 저렴했던 식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당시의 낮은 단가는 단순히 재료비의 결과라기보다, 주방 인력들이 긴 시간의 노동을 감당하며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했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마주하는 상승한 빵 가격은 단순히 밀가루나 버터값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제외해왔던, 혹은 당연하게 소비해왔던 '노동의 가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4대 보험을 보장하며 반드시 반영되어야만 했던 '누락된 비용'이 이제야 계산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통의 인건비'는 고스란히 제품의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가격의 인상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다.


기술을 배운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급여를 감내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무급 연장 근로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던 시간들. 우리가 지불했던 저렴한 비용은 사실 그들의 삶과 시간을 헐값에 사들인 결과물이었다. 소비자는 달콤함을 누렸지만, 그 달콤함의 비용은 주방 안의 요리사들이 자신의 수명을 깎아 대신 지불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먹는 케이크 한 조각이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희생 위에 놓여 있다면, 그것을 과연 진정한 미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 노동의 가치를 정직하게 제품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커리어에서 지켜가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내가 지향하는 하이엔드 제과가 과연 경제적으로 자생 가능하며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도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비즈니스라면 결국 경제적 자생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다이닝 업과 제과 업이라면 그 수명은 언제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