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by 최규성

언론에서는 한국의 빵값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이어진다. 통계 수치가 그렇다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또 타지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보면 그 숫자는 어딘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매일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냄새로 하루를 시작하는 한 사람의 기술인으로서, 그 보도를 마주할 때면 묘한 답답함이 밀려온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숫자 뒤에 가려진 현장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서글프다.


이런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대중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는다. 소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폭리가 존재하고, 그 덕분에 생산자들이 큰돈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 소비자는 높아진 가격표 앞에서 조금씩 지갑을 닫고, 생산자는 치솟는 고정비를 감당하며 매월 마감 시기가 다가오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고단가-저수익’의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화려한 쇼케이스와 세련된 인테리어 뒤편에서 벌어지는 일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사실상 통제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 위에 서 있다.


이 구조속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건 원재료의 벽이다. 좋은 품질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고품질의 재료를 고집하려 할 때, 한국의 원자재 시장은 유난히 날카롭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밀가루와 설탕은 독과점적인 유통 구조 속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밀가루와 설탕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다. 여기에 생크림과 버터 그리고 초콜렛 같은 제과의 핵심 재료 값은 끊임없이 밀려 올라간다. 결국 셰프가 밤잠을 줄여가며 연마한 기술만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너무 높은 ‘비용의 출발선’이 이미 놓여 있다.


문제는 원재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과의 가격표에는 재료비 외에도 수많은 비용이 함께 얹힌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임대료와 인건비다. 빵은 다른 음식에 비해 제조 시간이 길고, 제과는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프랑스 제과는 작업적으로 인건비 사치의 끝을 달린다. 하나의 케이크를 만드는데 들이는 품과 시간이 너무 크고, 그만큼 투자된 노동력 가치만큼 가격 설정이 쉽지 않다.


한국에서 빵은 여전히 식사라기보다 간식, 혹은 기호품에 가깝다. 그 결과 여기에 한국 특유의 상권 구조가 더해진다. 빵이 일상이 아닌 사치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시장 특성상, 제과점은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 상권에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결국 유동 인구가 확보된 메인 상권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자리가 좋지 않아도 맛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고 손님은 결국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기대만으로 버티기에는 큰 운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그 기다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른다. 결국 소비자가 마주하는 가격표 안에는 셰프의 기술료만이 아니라, 치열한 상권 속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하는 ‘자리 값’과 오랜 시간 축적된 노동이 만들어내는 ‘기술 값’이 함께 포함된다.


이 문화적 위치는 제과점의 운영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제품의 종류가 지나치게 다양하다. 소비자들은 매대 위에 수십 가지의 제품이 풍성하게 놓여 있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과점은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원재료 관리와 생산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판매되지 못한 제품은 그대로 폐기로 이어진다. 결국 높은 폐기율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쌓인다.


결국 이 시대의 기술인들은 높아진 소비자의 가격 저항과 감당하기 버거운 운영비 사이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샌드위치’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빵값이 비싸다는 대중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다만 그 높은 숫자가 폭리를 의미한다는 오해는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제과와 제빵은 삶에 있어 필수소비재가 아니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높은 고정비에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 없는 업종이라면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