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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E Oct 20. 2020

산토리니


언니에게는 꿈이 있다


마음속 깊이 사랑해 온 섬,

산토리니로 가는 것이다


파란색을 좋아하지 않는 언니는

산토리니의 파란 지붕과 푸른 바다를 사랑하고,


사치를 싫어하는 언니는

그리스로 가는 비행 깃 값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언니는 하루의 시간을 빠짐없이 사느라

에게해의 노을이

하얀 집들을 붉게 물들이는지 모르고,


손과 발이 시간에 굽어지느라

산토리니의 서늘한 담벼락이

언제 뜨거워지는지 모른다


시간은 배려가 없어서 그저 쏟아지기만 하고

언니는 준비도 없이 빠져나가는 시간을

보내주기만 했다


하지만,

언니는 안다


언니의 하늘이 에게해와 이어져 있고,

인천의 노을이 거실 베란다를 붉게 물들이며,

서늘한 식탁이 저녁밥으로 뜨거워질 때,


실은 빠져나갔던 시간들이

언니의 손바닥에 빼곡히 채워져 있음을

매정했던 시간 속에 언니의 꿈이 묻히지 않았음을


언니의 굽은 손과 발 사이에는 행복이 있고,

언니의 아이가 그리스를 사랑하고,

고양이들이 푸른 바다 같은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


햇볕 아래 따듯해진 산토리니의 계단이

지금 문밖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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