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염을 모은다.
그 아이가 자고 일어난 따뜻한 침대에서 하나.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떨어진 도자기 그릇 옆에서 하나.
이리저리 파헤쳐진 조각난 모래 옆에서 하나.
그 아이를 따라 걷다 수염이 아닌 실이나 보풀을 주우면 못내 아쉽고 씁쓸해진다.
하지만 수염을 줍는 날엔 우울한 날이 행복이 되고 무디던 하루도 뿌듯해진다.
한 가닥씩 모아 온 내 작은 상자엔
어느새 아이의 수염이 수북이 쌓였다.
우리의 시간이 만들어낸 것.
내가 모아 온, 얇지만 부드러운 추억들.
시간이 흘러 너를 보내는 날이 오면
나는 이 수염들을 내 가슴에 묻고 살아야겠지.
한 올 한 올 소중한 수염이 힘없는 실오라기가 될 때까지 만지고 또 만지겠지.
긴 시간이 흘러 너를 만나러 가는 날이 오면,
만지다 닳아버린 수염들을 꼭 쥐고 갈게.
너는 수염 없는 반들반들한 얼굴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그 얼굴에 축축한 내 얼굴을 비비고 부드럽게 쓸어주며
정성스럽게 수염들을 하나하나 심어 줄 거야.
내 고양이, 심바야.
나에게 수염을 남겨줘서 고마워.
나는 너에게 준 게 없는데
너는 나에게 주기만 하는구나.
나를 보는 너의 눈 속에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
네가 남긴 수염들이 내 속에서 꽃이 되는 걸 알아.
나의 가족,
내 고양이,
심바야.
그 무엇도 아닌 네가 사랑이야.
네가 바로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