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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니 Jun 04. 2021

너의 이름은...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7년 전 소녀는 꿈 많은 15살이었다. 피부가 하얗고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였다. 약간 혀 짧은 소리를 냈고 타고난 애교가 굉장히 많았다. 나는 어학원에서 그녀의 부담임이었다. 소녀는 초등학생일 때도 내 반 학생이었던 적이 있다. 두 살 터울 언니랑 함께 학원을 다녔고, 나는 소녀 언니의 담임이었던 적도 있다. 결석을 하지 않던 소녀가 결석을 하여 집으로 전화를 했다. 소녀 어머니께서 소녀가 열이 너무 심하게 나서 이비인후과에서 해열제를 받아와 먹고 자고 있다고 하셨다. 다음 날에도 열이 너무 많이 나서 약을 먹고 잔다고 하셨다. 열이 많이 나 힘든데도 학원 숙제를 하려고 한다고 소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 학원으로 전화가 왔다. 열이 계속 나서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급성 뇌수막염이라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소녀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영정 사진 속 소녀는 너무나 해맑았다. 나는 열이 많이 나서 힘든데도 학원 숙제를 하려고 한다는 어머니의 말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잘 웃던 소녀가 있던 교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일터로 일자리를 옮겼다. 며칠 전부터 아무리 소녀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든 장면들이 바로 어제 일 같이 떠오르는데 소녀의 이름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앞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할 것이다. 그들을 글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있게 하고 싶어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요즘 내가 가장 우러러보는 준*님이 ‘나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천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두 사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세 사람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치로는 맞는 말인데, 나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너무 까마득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미 채식’을 하면서 '우유'에 대해 어머니, 아버지와 가장 부딪혔다. 아침으로 집에서 만든 발효유를 한 사발을 드시는 분들이다. 절대 ‘우유’, ‘유제품’만은 드시지 말라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내 서평을 읽은 아버지께서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궁금해하셨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는 더 이상 아침에 수제 발효유를 드시지 않는다. 더 이상 발효유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사시지 않는다. 두 번째 책을 읽고 계신 아버지와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 나눈다. 가을에는 우리 먹거리 심게 비닐하우스 한 동 세워볼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를 변하게 한 글로, 나도 다른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고 싶어 나는 글을 쓰고 싶다.     


(2021. 6. 4.)

참고도서 <우리글 바로 쓰기 1>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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