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거지 뭐~
배가 고프다. 휴대폰에서 배달 앱을 켠다. 치킨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건강을 생각해서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를 먹을까? 오랜만에 햄버거도 먹고 싶고... 추천 맛집과 각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고 리뷰 평점과 리뷰 사진들을 연구(!)한다. 어제도 배달 음식을 먹었으니 겹치지 않는 메뉴로 정성을 다해 찾아본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잖아! 간헐적 단식을 위해 아침도 점심도 건너뛰었으니 나를 위해 보상을 해줘야지. 결제를 마치고 배달이 올 때까지 다음 음식을 시킬 때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 다음 먹을 걸 찾아본다. 나란 여자!!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아끼며 나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벨소리가 울릴 때를 기다린다. 룰루랄라~♪
배가 고프다. 일단 따뜻한 물 한잔을 마셔보다. 음~ 물을 마셨는데도 배가 고프군. 오이와 당근 썰어 놓은 것을 먹으며 조금만 참아보자. 음~ 오이랑 당근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군. 이건 내 몸이 필요한 게 있다는 신호다. 배달 앱을 켠다. 난 내 몸을 아끼는 사람이니, 튀긴 음식은 건너뛰고 오븐에 구운 닭을 선택할까? 아님 석쇠에 구운 고기? 수육이 나을까? 너무 부담되지 않게 샐러드? 요즘 그래놀라가 들어간 요거트 볼이 인기가 있다고 했지? 그래놀라는 통곡물이니깐 몸에 좋고 유산균 가득한 요거트는 장과 피부를 위해 좋잖아?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내일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도 함께 시키면 합리적인 소비잖아~! 역시 난!!!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연다. 아침에 싸놓은 도시락을 꺼낸다. 먹는다.
세 번째가 그냥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그냥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단순함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면 그냥 계속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것은 정확한 방향이 중요하다. 그 방향이 정확하지 않다면 시간이 쌓이는 것만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것이 단순하고 방향이 옳다면 시간은 내 편이 된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 6. 4.)
참고도서 <우리글 바로 쓰기 1>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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