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아이돌과 현실 아이돌 팬덤 간 유사성의 요인 분석
연구 목적 및 연구 방법
이 글은 현대 판타지 중 아이돌 장르 웹소설을 분석하여, 이를 통해 사회문화적 함의를 알고자 하였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 문화에 비롯한 팬덤의 경향성 및 사회적 문제에 따른 여성들의 태도가 아이돌 장르 웹소설의 팬덤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해당 장르 웹소설 중, 최근 한국 웹소설 시장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백덕수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을 중심으로 아이돌 장르가 팬덤 형성에 갖는 이점을 알고자 하였다. 따라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스토리 분석과 독자 인터뷰를 통하여, 독자가 투영하는 욕망과 이에 따른 소비 과정에서의 심리를 알아보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선정 이유 및 소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이하 데못죽은 연재 1년 만에 1억 6천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지난해 2월 한 달간 한 펀딩 사이트에서 진행된 공식 굿즈 펀딩에는 4억 7천만 원이 모였다. 또한, 현재 카카오 엔터는 데못죽과 테스타의 인기를 실감하여 메타 아이돌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데못죽의 장르는 현대 판타지에 속하며, 아이돌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박문대는 소설 내 주요 어려움인 죽음을 피하고자 아이돌 '테스타'의 멤버로 데뷔하고, 그 후 아이돌 활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서술하고 있다. 해당 소설에선 K-POP 소비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에 관한 주인공 박문대의 대응으로 인한 '사이다', 즉 해결을 통하여 소비문화의 표면적 문제점이 제거되는 형태를 띤다. 동시에 박문대와 기타 인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박문대 및 주요 인물의 인격적 성장을 나타낸다.
독자들은 데못죽의 박문대와 테스타를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여타 웹소설 또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구성된 팬덤을 가지고 있지만, 데못죽의 특이점은 팬덤의 소비방식이 실제 아이돌과 유사하고, 카카오페이지 또한 이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은 박문대를 포함하여, 그가 속한 아이돌 그룹 '테스타'에 속한 각 멤버의 생일에 맞춰 생일 카페를 열어 그들의 생일을 축하하였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12월 15일에 주인공 박문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지하철 광고를 2호선 건대입구역에 게시하여 팬들을 타겟으로 한 생일 광고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두 사례는 아이돌 팬덤이 멤버의 생일을 기념하여 개최해 즐기는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팬덤의 소비방식과 현실 아이돌 팬덤의 소비방식의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팬덤과 현실 아이돌의 팬덤 간 유사성의 요인 분석
이 글은 데못죽 독자들의 팬덤 형성 방식 및 팬덤 확장의 요인을 K-POP 소비문화의 문제 발현과 이에서의 해방, 주인공의 1인칭 서술을 통한 친밀감 확대, 무해한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열광, 총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1. K-POP 소비문화의 문제의 발현과 이에서의 해방
데못죽은 K-POP 아이돌을 향한 소비문화를 세밀하게 고증한다. 현시점, K-POP 시장은 아이돌을 상품으로써 내놓고 있다. 그 때문에 소비자는 상품이 된 아이돌이 출연한 콘텐츠를 세밀한 단위로 분석하여, 이를 소비할 때의 손익을 따져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한다. 데못죽 세계관의 소비자 또한 이와 같은 양상을 띠는데, 주인공 박문대는 소위 '악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글에 영리하게 대처하여 문제 해결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한다.
그 예로, 소설 151화에는 박문대가 단독 예능에 홀로 출연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여론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대중들은 박문대의 행동에 대하여 이기적이라고 품평하는데, 해당 회차에서 박문대는 악플을 미리 예견하여 다음 장면에 바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포맷의 에피소드가 반복되면서 K-POP 소비문화의 문제점들이 박문대를 중심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소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 및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진다.
"케이팝을 소비하는 대중이나 팬덤들에겐 항상 실망하는 점이 많아요. 그런데 데못죽은 케이팝 소비문화 내주 된 문제점을 짚고, 분석하고 시원하게 해결해주니까요! 아무래도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대중과 팬덤, 회사, 멤버 등등 여러모로 문제가 터지는 곳이 많은데, 데못죽은 그 모든 것을 주인공인 문대가 해결하니 답답한 감정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주인공의 유능함이 어필되니까요."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A 씨
데못죽 독자 A 씨는 데못죽이 K-POP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밝히고, 이를 박문대가 해결하는 것을 통해 주인공의 유능함이 강조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독자들은 데못죽을 통하여 사회문제적 이슈에서 느낄 수 있는 부정적 정서는 뒤로한 채, 긍정적 정서만을 취해갈 수 있다.
2. 주인공의 서술을 통한 친밀감 확대
K-POP 아이돌은 대중에게 우월성과 친밀감을 제시하여 팬덤 형성을 촉진한다. 팬덤은 아이돌의 능력과 재능에 대한 영웅 숭배와 닮고 싶은 동일시와 더불어, 연애감정, 친구/형제자매/동료로서의 애착, 더 나아가 보호하고 지키며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의 심리를 느낀다. 팬덤 산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팬덤에 아이돌은 '친근한 가족애의 대상', 특히 여성 팬덤의 경우 아이돌을 자식으로 생각하는 구도를 취한다. 이러한 양상은 데못죽의 팬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처음 주인공 문대를 접했을 때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현실적으로 상황을 대처해 나가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이돌을 보통 우상이라고 하잖아요. 저한테 문대의 그런 모습은 우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해서 그런 문대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이는 허술한 부분들과 멤버들에게 보여 주는 다정함에 크게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B 씨
"아이돌 박문대는 본체 자아와 아이돌 자아의 갭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 제일 강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라면 아무래도 유사 육아의 감정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C 씨
이처럼 데못죽의 팬덤은 박문대에게 아이돌 팬덤이 가지는 것과 같은 양상의 심리를 가진다. 이것은 박문대 시점에서 나타나는 서술에 비롯되어있다. 대부분의 여성향 소설은 여성이 손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여성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여 있다. 그에 반하여, 아이돌 장르는 여성을 타깃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남성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인다. 이것은 여성 팬덤이 남성 주인공을 숭배함과 동시에, 그의 생각을 낱낱이 알기에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친밀감을 느끼게 됨으로써 코어 팬덤이 형성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음 과정을 통해 형성된 박문대와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독자들은 테스타의 멤버들에 대한 친밀감을 얻는다. 소설 내에서 박문대는 테스타 멤버와 진심을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공유하여 친밀해지는 과정을 가지며 함께 성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본 독자들은 박문대와 멤버들을 '유사 가족'의 형태로 묶는다.
"테스타 간의 관계는 유사가족, 타 그룹 멤버와는 가족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로에게서 상호작용을 받아서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성장해나가고 유대감이 생기고 의지해나가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D 씨
"일상에서의 자잘한 케미들도 매력적이지만, 간혹 목숨이 오가는 위기의 상황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중략) 서로를 친구와 동료 그 이상으로 여긴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E 씨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박문대를 포함한 테스타의 팬덤이 아이돌 팬덤과 유사한 형태로 형성되고, 멤버 간 케미스트리에 관한 팬덤의 2차 창작이 일반 대중의 유입에 기여한다. 즉, 데못죽이 팬덤에 제공하는 멤버에 대한 친밀감이 팬덤의 자유로운 창작을 촉진하여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다.
3. 무해한 남성에 대한 한국 여성의 갈망
가부장 사회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여성이 가진 남성에 대한 공포는, 곧 안전한 대상에 대한 갈망이 된다. 그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남성을 원하게 된다. 따라서 여성 수요층을 표적으로 삼는 남성 아이돌은 그들의 컨셉과 상관없이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들이 마초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안전한 남성'이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 팬들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임하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여성 팬덤이 가진 판타지적 남성의 모습에 완벽히 부합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멤버의 연애, 범죄, 인성 논란 등의 문제, 소위 말하는 '병크 터지는' 일이 일어난다.
이러한 지점에서 주인공 박문대와, 그가 속한 테스타는 완벽한 남성이다. 독자는 주인공 박문대의 서술을 통해 데못죽의 세계관을 바라보기 때문에, 박문대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른 속마음을 알고 있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는 박문대는 양심적이고, 멤버와 팬에게 복종하며, 탈가부장적인 인물이다. 박문대와 진심을 나눠 한 가족처럼 지내는 테스타 또한 이와 같다. 또한 소설 속 인물이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하지 않는 이상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는 연애할 경우의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팬덤은 이들을 손쉽게 '안전한 남성' 내지 '완벽한 남성'으로 상정하여 소비하고, 이후 일어날 '배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아무래도 현실의 아이돌들은 소위 말하는 병크라고 하죠. 언제든 병크가 터질지 몰라서 조마조마 심장 졸여야 하는데 데못죽의 경우는 무언가 사건이 터질 법하거나 혹은 터진 경우에도 현실의 아이돌과는 다르게 속 시원하게 해결이 되니까요. 그 부분에서는 실제 아이돌 덕질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B 씨
"아무래도 데못죽 내의 아이돌은 인성 논란이나... 여타 문제 될 확률이 굉장히 낮으니까요."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C 씨
"박문대가 앨범마다 잡는 컨셉과 예능 프로그램, 혹은 그 외의 콘텐츠 등을 통해 '이렇게 하면 팬들 간 불화가 없겠지.' 하는 부분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독자 D 씨
이처럼 독자는 현실 아이돌 팬덤이 가질 수 있는 우려가 없기 때문에, 박문대와 테스타의 서사, 앨범 및 작업 비하인드에서 보이는 그들의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데못죽의 거대한 팬덤 형성은 무해한 남성에 대한 여성의 갈망에 대한 충족과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다.
결론
이 글은 웹소설 아이돌인 테스타의 팬덤이 현실 아이돌의 팬덤과 유사한 영향력과 소비방식을 가지는 이유에 주목하였다. 백덕수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을 중심으로, 작품의 서술적 특징 및 캐릭터의 특성, 캐릭터 간 관계를 여성의 사회문화적 위치와 이에 따른 그들의 심리와 연결 지었다. 이를 통하여 현시대 여성들이 원하는 상품성을 분석하였다.
백덕수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은 K-POP의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문대를 여성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남성상으로써 표현하였다. 따라서 현실 K-POP 아이돌에 대한 소비가 가진 허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글은 이러한 특성이 <데뷔 못 하면 죽는 병>의 팬덤과 현실 아이돌 팬덤 간 유사성의 요인이라고 분석하였다.
참고문헌
1. 기본자료
백덕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카카오페이지, 2021-2022 1기 완결
2. 논문과 단행본
한미화, 나은경(2022), 팬덤의 소셜 미디어 이용 양태에 따른 아이돌 세대별 팬덤 문화의 변화, 한국 콘텐츠학회 논문지 제22권 제2호 608-609쪽
손지훈, 박한우(2021), 유튜브와 K-POP 아이돌 팬덤 분석, 한국자료 분석학회, Journal of The Korean Data Analysis Society Vol.23 No.6
3. 기타 자료
SportsW, “현실로 뛰쳐나온 슈퍼IP” … 카카오엔터, 지하철 광고에서 굿즈까지 '新 팬덤’ 이끈다 (2022.02.24 14:56:42)
https://m.sportsw.kr/news/newsview.php?ncode=1065592593625964
이데일리, [ECF21]카카오 엔터, 세계 최초 ‘메타버스 아이돌’ 띄운다 (2021.11.23 11:01:57)
https://m.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2171366629248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