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by 안벼리

청자 매장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온갖 물색과 하늘색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하늘 위에 사는 사람들이 쓸 것만 같은 물건들

지상에서 쓴다면 구름을 먹는 기분일까

그런 대접도 나쁘지 않겠지


주인장은 굽는 온도에 따라서

청자의 색이 달라진다고 했다


우리는 누룽지 빛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좀 더 고소할까 고민하며

테두리가 연한 갈색인 식기를 장만했다


날개와 다리가 짧아 슬픈 학이 새겨진

커피잔도 함께 구입했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물건에 끌린다던데

그 탓일지도


두 손 가득 들고 나가는 길에

가게에서 본 물컵 하나가 생각났다


어떤 온도에서 구워진지는 몰라도 청보랏빛을 띠던 컵

연하디 연한 빛깔 때문에 건들지도 못했던 컵


청자라고 하기엔 아쉬운 그 컵이 괜히 나 같아서

손대면 깨질 것 같아서 보고만 왔다


좀 더 구워지면, 좀 더 단단해지면 다시 보자

속으로 되뇌며 발걸음을 옮겼다


몇 번의 보름달이 뜨고

그 물컵은 지금 어떤 빛깔일까 궁금해하곤 한다


봄쑥색이 아닐까

어쩌면 비취색을 닮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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