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거북이가 토끼등을 오른다
한 걸음씩 무릎을 잡으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북이는 겁이 났다
하늘이 노랗고 눈물이 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다시는 토끼가 있는 곳에 가지 않으리
거북이는 돌아와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둘째 날
거북이가 토끼등을 오른다
원치 않는 무념무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108배를 하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거북이는 숨을 고르며
파란 하늘만 보고 올랐다
그마저도 하늘만 보였다
셋째 날
거북이가 토끼등을 오른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웃음을 지으며
가로지르는 청설모, 나무를 찧는 딱따구리, 깍깍 울어대는 까마귀와 함께
거북이는 걸음을 옮긴다
소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에 기대어 올라서
거북이는 두렵지 않았다
거북이는 토끼등에 올랐다
이제야 토끼와 친해진 것 같아 기뻤다
오늘도 거북이는 토끼등에 오른다
진득한 늪에서 빠져나와 씩씩하게 발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