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 날

by 안벼리

어둑한 카운터 앞에 서서

여러 가지 조합을 거쳐

두 잔에 만 원을 완성했다


성공한 우리는 자리를 잡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바다를 보며

오션뷰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다를 가리는 튤립나무를 보고

윗부분만 자르면 더 잘 보일 텐데, 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꼭대기에 있는 샛노란 잎을 발견했다


모서리가 쪼개진 나무 쟁반을 받고

흠이 있어도 나름 멋있구나,

이런 삶도 좋구나, 생각이 든 날이었다


적당한 대화소리와

속눈썹을 건드리던 가느다란 햇빛


상대의 길어진 전화통화에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눈을 비비고

창문 너머를 멍하니 보면서


이런 날만 이어지기를 바라며

조용히 기도를 했다


다행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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