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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2. 2024

육하 원칙 다시 정립

지금까지의 육하 원칙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지금까지 써온 육하 원칙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육하 원칙, 특히 도덕에서의 문제점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자 헤르마고라스가 논리적 수사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그 시작이라는 ‘누가 • 무엇을 • 언제 • 어디서 • 왜 • 어떻게 • 무엇으로’ 로부터 시작되어 영국 시인 키플링이 그의 시에서 초들기 시작한 이후 현대에 와서는 기사 작성에 빠트릴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은 소위 육하원칙(六何原則) 곧 ⓐ누가(who) • ⓑ언제(when) • ⓒ어디서(where) • ⓓ무엇을(what) • ⓔ어떻게(how) • ⓕ왜(why) 등은 행동 ─그것이 사실 판단상의 행동이거나 가치 판단상의 행동이거나를 불문하고─ 사건을 기술하는 데에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일리가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고 보여 “인식을 표현하고 있는 판단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무엇으로) (어째서) 있다’든가 혹은 (왜) 등의 틀로 짜여져 있다.”* 는 지적처럼 도덕적 행동을 규명하려는 필자의 논의의 실마리로 사용하기에도 쓸모가 있으므로 필자는 이를 길잡이로 삼아 주개념의 요소를 다루기로 한다.

*철학과 현실사 《철학의 주요 개념》 백종현  2007.03.10.  165p     


[육하원칙]을 우리 말의 일반적 순서에 따라 다시 정리해 보면

누가(who): 사건의 주체를 가리킨다.

언제(when):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묻는다. 

어디에서(where):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묻는다. 

무엇을(what): 벌어진 사건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어떻게(how): 사건의 양태와 방식에 관한 물음이다. 

(why): 벌어진 사건에 관한 행동 주체의 행동 근거이다.     

인데 이러한 항목들은 행동에 관계되는 여러 역할을 부문별로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육하원칙을 그대로 도덕적 행위에 적용하기에는 몇 가지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     

 


육하원칙의 보완


도덕적 행위에서 행위의 효과가 미치는 대상, 특히 생명체에 관한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에게 그 행동이 지향되는가 하는 점은, 특히 도덕적 문제의 심각성이 주로 남과 관계된다는 점에 있음을 상기할 때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육하원칙에는 행동의 대상이 되는 〘행동 객체〙에 관한 부분이 없다는 중대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헤르마고라스의 7가지 논리적 수사 방식에서나 키플링의 근대 육하원칙에서나 [누가]는 있는데 [누게(누구에게)]가 없는 것이다. 육하원칙은 철저히 사건의 주체 일변도의 질문 형식이다.     

또 한 가지는 생활의 합리성(곧 효용성)을 강력하게 추구하고자 하는 지능적인 존재, 곧 인간이 행동을 할 때에 그 행동의 영향력을 좀 더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사용하는 보조재(補助材)로서의 연장{도구}에 관한 항목이 ─헤르마고라스가 열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없어졌다. 연장의 중요도가 다른 항목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이 항목을 빼버릴 수는 없다. 뉴스의 기사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행동의 당위성 전반에 걸쳐 논의하려고 하는 필자의 작업에서는 항목이 중요하지 않으면 그것을 빼버릴 것이 아니라 일단 논의에 포함시키되 중요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놓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필자는 육하원칙에서는 빼어버린 연장{도구}, 곧〘행동 도구〙의 항목을 〘행동 역할〙의 이름으로 덧붙인다. 이러한 결론에 따라 우리의 논의에서 필요로 하는 육하원칙을 재정립하면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 누가【행동 주체】: 행동을 일으킨 중심인물, 〘가행자(加行者)〙 

 누구에게행동 객체: 행동이 지향된 대상.〘피행자(被行者)〙.

 언제행동 시간행동이 일어난 시간을 묻는다.

 어디에서행동 장소: 행동이 일어난 장소를 묻는다. 

 무엇을행동 자체벌어진 행동[사건]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 무엇으로행동 도구목표 달성을 효과적으로 달성시키기 위해 사용 하는 연장{도구}.

 어떻게행동 양상벌어진 행동의 구체적인 생김새와 방법. 

 행동 이유벌어진 사건에 관한 행동 주체의 행동 근거이다.

.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육하원칙에서 보완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이유에 관한 것이다. 

육하원칙에서는 [왜?: 행위의 이유]가 매우 단순화되어 있어서 오직 [행동 주체]인 [누구]에 관한 [왜?{이유}]만을 묻는다. 그러나 도덕적 행위에서는 행동 주체가 오직 자신의 행동 이유를 고려하는 것만으로 온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행동에서는 행동 자체의 이유뿐만 아니라 행동 객체에 관한 이유[곧 왜 그에게 그런 행동을 했거나 하려고 하는가?], 행동 시간에 관한 이유[왜 하필 그때 그런 행동을 했거나 하려고 했는가?], 행동 도구 사용의 이유[왜 그러한 연장을 사용했거나 사용하려고 했는가?] 등 모든 행동 역할이 관련되었는가 하는 이유를 빠짐없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위에 따라서는 행위의 시간이나 장소{공간}도 행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동이 남과의 관련에 대한 것인 인간에게 행동의 객체대상에 대한 이유는 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항목에 그 [이유]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유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초드는 일은 잠시 보류하고 뒤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단 그 부분은 여기에서는 초들지 못했음. 

     


행동 역할

육하원칙에서 [행동 역할]


육하원칙은 이처럼 도덕적 행동에 들어서서 논할 때에는 이미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 필자는 이를 사건이 아닌 행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고 [행동 역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려 한다. 행동 역할이란 육하원칙의 개념들이 실천적 명제에서 맡아 하는 역할[구실]을 가리킨다. 곧 [육하원칙]이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어서 필자는 이 이름 대신에 도덕에 막춰〘행동 역할〙이라고 고쳐 부르려 한다.  

    

행동 역할 명제의 구조

모든 명제는 [S = P이다.]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개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명제에서의 S를 가리키며 빈 개념은 P를, 그리고 C[이다(또는 아니다)]는 계사를 가리킨다. 

 행동 역할의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일이 되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덕적 행위는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의 틀 안에서 행동 역할의 구분은 논의의 편의를 위한 개념{편의적인 개념}이며 따라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행동 역할이 위에 열거한 것 이외에 더 있을 수도 있으며 내용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로서는 필자의 구분이 확실하다고 믿지만, 만약 다른 더 알맞은 구분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구분법을 따라야 한다. 만약 그렇더라도 이 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행동 역할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은 도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8종의 행동 역할을 다만 개략적으로 파악해 두는 것만으로 넘어가도 논의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이에 내용이 되풀이되기는 하지만 육하원칙을 8종의 행동 역할로 바꾸어 다시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다시 정립한 행동 역할


행동 주체 누가(who): 행동을 영위하는 의지적 존재자를 가리킨다.

행동 객체: 주체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대상이 되는 존재를 가리킨다. 그러나 모든 존재가 아니라 의지적 존재만이 객체가 된다. 뒤에서 설명되겠지만 그 밖의 존재는 [행동 도구]에 해당된다.      

행동 역할 중에서 특히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 이 행동 객체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도덕적 행동의 대상인 〘행동 개체〙는 의지적 존재,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이 거의 다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행동의 객체를 인간에게만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논의의 결론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 객체 가운데 의지적 존재가 아닌 사물은 [행동 도구]에 포함된다. ⸺ 또한 다른 행동 역할들은 그 역할이 바뀌지 않으나 행동 주체와 객체는 서로의 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는 특성이 있다. 곧 행동 객체가 주체로써 행동 주체를 오히려 객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강이가 행동 주체가 되어 낭이에게 가행(加行: 행동을 가함)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낭이가 행동 주체가 되어 강이에게 가행할 수도 있다.      


행동 자체 무엇을(what): 행동 주체가 일으킨 행동{개인의 행동}을 포함해 모든 사회적인 제도ㆍ관습ㆍ법률…………등 사회의 직분과 역할이 포함된다.     

 

행동 도구: 행동 주체가 행동을 일으킴에 있어서 그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연장. 행동 객체가 오로지 의지적 존재만을 가리킨다면 행동 도구는 의지가 없는 존재, 곧 물건만이 해당킨다. 그러나 의지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행동에 주체적 의식 없이 연장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은 그러한 일의 수행 기간에 행동 주체의 도구의 의미 구실을 함에 따라 수단적 존재로서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행동 시간 언제(when): 행동이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때를 말한다.

행동 공간 어디에서(where): 행동이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말한다.

행동 양상 ⓔ어떻게(how): 행동에 대한 의견, 성질, 형편, 상태 등의 현상. 

행동 이유 (why): 행동을 한 행동 주체의 이유, 


●대상인 행동 객체에게 왜 그러한 행동을 가했는가에 관한 이유, 

그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곧 행동 자체의 이유, 

●그 행동을 할 때 도구를 쓰지는 않았는가? 썼다면 무엇을? 왜 썼는가? 왜 하필 그 시간 그곳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가? 

ⓔ왜 그러한 행태의 행동을 했는가?      


이 글은 필자가 짓고 있는 ❰도덕의 원리❱에서 끌어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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