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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8. 2024

인간관계―순리적 관계와 역리적 관계

인간관계―순리적 관계와 역리적 관계

인간관계순리적 관계와 역리적 관계


제시의 용재에 따른 수용자의 태도     

교호의 기본 양식을 제시자와 수용자의 관계에서 바라보고 제시 용질이 긍정적인 내용일 때와 부정적인 내용일 때 그에 따르는 반응으로서의 감정까지 예상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순리적 관계

     〔긍정〕 《제1형》 우월한 제시 내용의 쾌수용

     〔부정〕 《제2형》 열등한 제시 내용의 불쾌 수용     


역리적 관계

     〔긍정〕 《제3형》 우월한 제시 내용의 불쾌 수용

     〔부정〕 《제4형》 열등한 제시 내용의 쾌수용       

                  

순리적 교호와 역리적 교호에 따르는 정념

이제 이 교호의 기본 양식을 예를 들어 구체화시켜 보자.

          

용재 관계

[1우월 제시의 쾌 수용 [애호{사랑하여 좋아함관계

A.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한다.

B. 잘생긴 이성을 보고 연정을 느낀다.

C. 승리한 아군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교호 관계의 제1형은 긍정적 제시 내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순리적 관계로서 제시자의 제시 의도와 수용자의 수용 의도가 일치하여 형성된다. 수용자는 제시의 내용이 그가 수용하기를 원하는 긍정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제시의 용질 또한 유가치(우월)한 것이기 때문에 제시자에게 사랑과 상찬의 감정을 지향한다. 제시자에 대한 수용자의 이러한 반응을 따라서 제1형의 교호 관계를 [경애 관계]라 부르려고 한다.*


*이하 각 형의 이름도 모두 수용자의 반응에 입각해 붙였다. 반응에는 물론 제시자의 반응도 있지만 제시자의 반응은 수용 결과에 관한 2차적 반응이어서 1차 반응처럼 명백한 형태를 갖지 못하고 다양하게 분화되어 정형화시키기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우므로 생략할 수밖에 없다.     


[2열등 제시의 불쾌 수용 [혐오 관계싫음{혐오}과 꺼림{기피}}

A. 포악한 인물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B. 누추한 걸인을 보고 눈살을 찌프린다.

C. 제자의 어리석음에 수치심을 느낀다.     


제2형의 교호 관계는 [혐오 관계]이다. 제시자의 용질이 부정적이어서 수용자가 이를 부정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제시자는 자신의 용재가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불쾌 수용될 우려가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지만, 그 자신도 열등함을 인정하여 은폐하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드러나는 일도 역시 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제시 내용이 열등한 평가를 받음으로서 수용자가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같은 순리적 관계임에 틀림없지만, 경애 관계와는 달리 쌍방이 모두 기피하고자 하는 관계라는 점이 다르다.     


[3우월 제시에 불쾌 수용시샘{시기}과 강샘{질투}

A 사촌이 논을 사니 배가 아프다 

B. 연적(戀敵)이 상류층이어서 불안하다.     


제3형 및 제4형은 [역리적 관계]이다. 제3형은 제시 내용이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제시 내용이 우월하기 때문에┈이에 상대적인 열등 상황에 빠지게 된 수용자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드리므로서 성립하는 형태이며 이때 수용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제시자를 시샘[시기(猜忌)]하거나 강샘[질투(嫉妬)]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형의 관계는 [질시(嫉猜) 관계]라 부를 수 있다. 서로 사이의 관계가 경쟁 관계에 놓여있지 않으면 질시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4열등 제시에 쾌 수용멸소{蔑笑경멸과 조소관계

A. 라이벌이 매도를 당하니 고소하다. 

B. 적의 실수를 보니 통쾌하다.     


역시 역리적 관계인 제4형은 [멸소(蔑笑) 관계]이다. 제시자의 제시 용질이 열등하면 보통은 혐오 관계에서 보듯이 싫어하게 되는데 이 관계에서는 제시자에게 혐오가 아닌 조소 또는 경멸을 보낸다. 이 역시 쌍방이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기보다 열등한 제시자의 용질에 대해 쾌재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경애 관계에 적어 넣은 예를 형식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순리적이지만,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C는 동류적 관계이고 A는 방관 관계여서 순수한 경애 관계는 B뿐이다. 세 가지의 형태가 현실적으로 같은 정도의 출현 비율을 갖는 것은 아니어서 순수한 경애 관계의 발생 빈도가 흔하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경애 관계는 갈등이 아닌 화목의 관계이며 사회의 안정에는 가장 바람직한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교호 관계가 하나같이 경애 관계라면 그러한 사회가 바로 이상향의 바탕이 아니겠는가?


한편 혐오 관계는 부정적 상태여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기는 하지만 제시자나 수용자 쌍방이 모두 꺼려서 비켜나려고 하는 상태이므로 이를 개선하거나 억누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리적 관계는 부정적 형태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제시 본성 자체를 제거하지 않는 한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로의 교호 상, 또는 사회의 안정상 쌍방이 다 같이 부정적임을 인식함으로써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혐오 관계보다 더욱 큰 문제를 지니는 관계이다. 특히 이러한 관계에서는 한쪽의 긍정 상태를 유지하려면 다른 쪽의 부정 상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시 본성에 지배되고 있는 인간관계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안팎으로 나눌 수 없는 상태로 결합되어 있기에 제시 본성의 포기 없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제시 본성에 지배되고 있는 한, 인간관계는 언제나 화목과 갈등이 이어질 것이고 이를 개선시키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기도는 늘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관한 중요한 정념은 갈말표의 〘맑은정{청정}〙과 〘흐린정{탁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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