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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15. 2024

사주, 믿을만 한가?

사주 신빙성      


이글은 필자가 네이버 지식인으로 활동하던 때의 어느 분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몇 글자 고쳤습니다.


[질문]    

"제 꿈이 가수고 22살입니다. 대형기획사에 들어가서 탄탄대로로 성공하고 싶구요. 현재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찜찜한 게 제가 3월 달에 사주를 봤거든요. 사주 보시는 분이 잘 보기로 유명한데요. 이 사주는 가정 운이 들어와 있어 사회 운은 없어 보이네요. 그냥 애 낳고 주부로 살며 취미생활로만 할 것임. 이렇게 써있어요.      

허나 작년1월에 홍대 제일 유명한 사주카페 재미난 조각가에서 봤을 때는 원하는 대로 갈 것이며 사주에 불이 많고 역마가 있어 이것은 완전한 예술가 사주이다.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중박으로 가며 40세쯤에 티비에 대대로 보도될 만한 일을 터트려 유명 인사가 될 것이다. 라는 사주라 하더라구요.      

또 부모님이 다른데 사주 보러 돌아 다녔을 때 다들 하나같이 저는 유명 인사운은 아니라고 했다 하고요 요즘 열심히 노력하고 기획사 오디션도 보고 할 예정인데 자꾸 불안하네요. 내가 정말 잘 풀릴지 아니면 노력했는데도 운이 가정 쪽으로 기울여서 평범하게 애 낳고 살게 될지 그런 삶은 진짜 원하지 않구요.      

그 역술가분이 저는 그런 운으로 태어나서 그냥 평범하게 주부로 살면서 내가 꿈 못 이룬 거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시발시발하면서 살 거래요.      

진짜 역술가나 사주가 답변 바랍니다. 관련된 지식 갖고 계신 분도 좋구요. 진지합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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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답변]

사주ㆍ관상ㆍ풍수…………

이런 것 다 미신이라는 점은 알고 있으실 텐데…………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전혀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해서 미신(迷信)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점쟁이들의 말에 구애받지 마세요.     


전문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지적해 보겠습니다.     


❶ 미래를 예측한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예언술과 예언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일들의 종류를 아십니까?      

타로 점ㆍ별점ㆍ관상ㆍ수상(손금)ㆍ사주ㆍ궁합ㆍ풍수ㆍ해몽ㆍ성명학…………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 가운데 나처럼 그러한 것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이 알고 있는 종류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모두 유효하다면 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 때 이 여러 종류의 점들이 모두 일치하여야 할 겁니다. 그 사람의 운명은 단 하나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 점들의 점괘가 일치할 수 있을까요? 타로 점에서는 행운으로 나왔는데 별점에서는 불운하게 나올 수도 있을 것 아닙니까? 다른 것들의 경우도 다 같습니다.     

 

사주는 좋았는데 성명학에서는 이름이 나빠 불운할 것이라 나오고 관상은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나왔는데 별점에서는 불운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점이 맞을까요? 그리고 그 점은 믿을 수 있을까요? 어째서?  

    

[성명학의 도사들이 길거리에서 남의 이름의 운수를 보아주고 좋은 이름으로 바꿔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는 남의 좋은 이름을 지어줄 줄 알면서도 왜 자신의 이름을 좋게 바꾸지 못할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자신은 부귀영화를 누릴 좋은 이름이 필요 없는 것인가요? 남의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이전에 자신의 이름을 좋게 짓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로또 복권 맞출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그 비결을 왜 혼자 사용해서 모든 로또 복권을 혼자 당첨되어 차지하지 않고 남에게 그 비결을 가르쳐주고 몇 푼의 돈을 받으려 할까요?]   

  

❷ 중국에는 55개의 소수민족이 삽니다. 그런데 그들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과 불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것이 각각 다 다릅니다. 그런데도 그들 모두가 그것을 믿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소수민족이 잘살고 못사는 것이 그들이 믿는 미신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곧 어느 민족이 믿는 미신이 옳고(?) 다른 민족이 잘못이어서 잘못된 미신을 믿는 민족은 못살고 옳은 미신을 믿는 민족은 그 때문에 잘 살까요?      


❸ 중국 고대 진나라 시황제, 곧 진시황은 추연이라는 사람[이 사람은 지금 점쟁이들의 시조격인 사람으로 지금 점쟁이들의 교본이라 할 음양오행설의 여러 이론을 정립한 사람임]의 이론에 따라 흑색을 숭상하고 가혹한 정치를 폈습니다.   

   

또 당시의 점쟁이들인 방사(方士)들이 삼신산에 가서 불로초 불사약을 구할 수 있다 하여 구하려 보냈다는 이야기는 잘 아실 것입니다. 결국 실패했지만 자신이 삼신산에 가보려고 산동 반도 해안을 따라 바닷가를 항해하다가 바다바람에 병이 나 죽었습니다.  

    

추연의 예언과 방사들의 조언이 오히려 그의 명을 단축시키고 통일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했습니다. 점술이 맞는다면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까요?     

 

❹ 지금 기독교도들 중의 일부는 여호와 신을 믿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점쟁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느 쪽이 신빙성이 있을까요?      

예언의 방식과 내용이 다른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을 믿어야 행운이 따를까요? 그 가운데 한 가지는 정말 믿을 만할까요?     


❺ 아시겠지만 사주(四柱)라는 것은 개인의 출생 [년ㆍ월ㆍ일ㆍ시]의 넷을 말합니다. 각각 두 글자씩으로 되어 있어서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들의 운명은 다 같을까요? 아니 그게 범위가 넓다면 운명이 비슷하기라도 할까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점쟁이들에게 이 문제에 관해 비판을 하면 그들은 반드시 다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같을 수 없다고 변명할 겁니다. 그 변명의 내용에 중대한 잘못이 있어서 이에 관해 비판한다면 그들이 잘못을 인정할까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결국 그러한 언어도단인 점괘를 믿는 사람만 억울하지요. 무식하거나 앞일에 관한 지나친 염려로 조바심을 펴다가 당하는 일입니다.      


이 이외에도 소위 미신이라는 것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에 관해서 쓸려면 수십 가지 이상 쓸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것들은 아무 근거가 없는 겁니다. 그러한 것들을 믿다가 오히려 될 일도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파랑새》의 작가인 벨기에의 마터를링크가 쓴 《몬나 반나》라는 작품의 여주인공인 몬나반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몬나 반나는 운명(그러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차도 물리치려는 놀랄만한 용기를 보입니다.   

  

누구든지 그러한 용기를 갖기는 어렵고 그러한 용기가 항상 실현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가 있어서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는 일이라면     

점집을 찾아다니며 엉터리 점쟁이들의 점괘에 귀 기울이는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의 성취를 위해     

모든 감각과 지식과 지혜를 동원해서 노력하세요.     


그것이 가장 좋은 점괘일 겁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그 결과에 관해서는 하늘의 명을 기다려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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