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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15. 2024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있는가? 없는가?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관한 필자의 답변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관한 필자의 답변을 고쳐 적었습니다.


[질문]


절대 불변의 진리란 과연 존재할까? 

저는 없다고 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필자의 답변]


 [진리란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진리라는 것을 무슨 거창한 무엇이기나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진리라는 것이 단 하나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진리란 "사물들의 본질에 관한 타당한 인식"입니다. 세계에는 무수한 사물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진리는 무수히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물의 본질 파악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이성은 스스로 진리를 만족시키는 인식을 할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이성의 자기 내부에 진리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진리가 무엇인가에 관한 답변은 네이버 질문하기를 검색하면 얼마든지 쏟아져 나옵니다. 대답도 가지가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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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님의 말처럼 진리는 없다는 말을 한번 검토해 봅시다. 도대체 진리를 무엇이라고 생각해서 그러한 말을 하시나요?        


만약에 "진리는 없다."는 말이 세계 내에 있는 모든 사물에 일체의 예외 없이 타당한 말이라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말을 진리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곧 "진리는 없다."는 말이 진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진리는 없다" 라는 절대 불변하는 진리가 최소한 하나는 있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진리가 없다는 대답이 진리가 아니고 거짓이라면(왜냐하면 그는 진리가 없다고 했으므로 자기의 대답도 진리가 될 수 없겠기에) 그 대답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것일까요? 자기의 대답조차 부정하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라는 말에 관한 가장 심각한 오해는 진리라는 것이 객관적 세계에 들어있는 어떤 사물 자체인 것으로 아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우주의 가장 기초적인 물질적 요소 ㅡ 원소라든가 소립자라든가 등등 ㅡ 를 진리라고 생각하는 따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또 종교가나 종교의 신자 중에서는 인간을 구원하는 원리 같은 것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조금 진일보한 것은 이 "세계의 법칙"이 [진리]라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가능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마는 나로서는 약간 미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리는 이러한 객관적인 세계의 실상 자체가 아니라 인식 주관인 동시에 인식 주체인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가 인식 내용에 있어서 세계의 실상 자체를 바르게 파악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리란 인식에 의해 얻어진 타당한 결론입니다.      


** 진리는 단순히 세계나 사물의 현상(現象)에 관한 타당한 인식 이상입니다. 사물의 현상에 관한 인식은 우리의 경험에 의해 얻게 되는 것으로써 [진(眞)]이거나 [사실(事實)]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고 나는 봅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탐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는 귀가 아프다"라는 판단이 있다고 합시다. 정말 철수의 귀가 아프다면 이것은 타당한 인식입니다. 즉 참된 판단인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마저 진리의 개념에 포함시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단은 시간과 공간의 다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철수의 아프던 귀가 나았다면 앞의 판단은 이미 효력을 잃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판단은 사물의 현상에 관한 경험적 판단으로, 과학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불변하는 타당성에 관한 판단으로서의 진리는 아닙니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덕 판단을 단지 [진] 또는 [사실]이라고 부릅입니다. 

    

그럼 <경험적 판단을 넘어서는 참된 진, 곧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물의 본질에 관한 타당한 인식 >입니다. 이러한 인식에 관한 질문은 보통 "그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에 대한 답이 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꽃]은 무엇일까요?      

"《꽃은 현화식물의 유성생식 기관 》이다." ←  이 말이 꽃의 본질 개념입니다.      

"연꽃은 분홍색이다"와 같은 판단은 우리의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 사물의 현상에 관한 판단입니다. 그러나 "꽃이 현화 식물의 유성생식 기관이라는 판단(본질 판단)"은 단순한 경험의 총화가 아닌 것입니다.      


일반인은 이 개념이, 꽃을 경험해서 귀납적으로 얻은 결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무도 공간적으로 전(全) 우주에 있는, 그리고 시간적으로 태초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꽃을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경험하더라도 애당초 꽃이라는 본질 개념이 없다면 그것이 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별해 내겠습니까?  

   

우리가 어떤 특수한 현상 ―예컨데 포인세티아의 잎사귀 ―이 꽃인가 아닌가를 구별기 위해서는 이 개념에 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포인세티아의 잎사귀는 꽃처럼 빨갛기에 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생식 기관이 아니기에그것은 결코 꽃이 아닙니다. 포인세티아의 입사귀의 현상은 꽃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바로 이 본질개념입니다. 


만약에 경험에 의해 꽃의 개념이 정립된 것이라면 애당초 포인세티아를 꽃의 개념에서 제외시킬 근거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 꽃은 현화식물의 유성생식 기관》이라는 이 명제는 꽃이라는 것과 인간이라는 것이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변함없는 진리로서 남아있게 됩니다. 꽃과 인간이 사라진다면 [꽃이 다른 것으로 정의]되겠습니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 이성이 자신의 체계에 따라 정립한 선험적인 개념인 것입니다.

 

이처럼 세계나 사물에 관한 본질 파악이 진리인 것이며 철학이 탐구하려는 진리상(眞理相)입니다.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는가?]     


절대적 진리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지식은 진리―필자가 [진(眞)]이라고 부르는 것―라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절대적 진리의 상대 개념은 상대적 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적 진리라는 것은 보통 일정한 장소와 시대에서만 타당한 진리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7월에 서리가 내렸다."고 한다면 상대적 진리라고 할 수 있지요. 열대지방이나 온대지방에서는 7월에는 거의 서리가 내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말은 거짓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대지방이나 온대 지방이라도  그렇다고 7월에 서리가 내리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특정한 해의 7월에 서리가 내린 일이 있다면 이 말은 사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7월에 서리가 내린다"라고 말하지 않고 "기온이 0도(빙점) 이하일 때에는 서리가 내린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 말은 상당히 보편성을 가진 진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리라는 것은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특정의 해의 7월에 일시적이긴 하지만 서리가 내린 것은 그때의 기온이 00도 이하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가장 더운 8월 염천에도 서리가 내리게 되며, 열대지방에서도 서리가 내릴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기온이 00도 이하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말에서 [기온]은 서리가 내리기 위한 필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아무리 기온이 빙점 이하로 내려가도 물이 없는 곳에서는 서리가 내리지 않습니다. 곧 물, 또는 물이 증발한 수증기가 있어야만 서리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든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여 말하면(명제화하면) 그것이 언제 어디에서나 타당한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것은 아직 확고한 진리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러한 것(서리가 내리는 조건)은 과학적 진리인데 과학적 진리는 우리의 경험에 의해서 세계의 현상(現象)을 관찰해서 얻어낸 귀납적인 결론(분석적 명제에 대해 경험적 명제라고 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절대적 진리의 조건]     

그렇다면 절대적 진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보통 판단은 "S는 P이다"라는 형식으로 표현합니다. 이것을 명제라고 하지요. 

     

여기에서 S는 설명하려는 대상(對象)을 가리킵니다. 위의 예에서는 "서리"가 S입니다. P는 예를 들어  "맑고 바람없는 밤에 기온이 빙점 이하로 내려올 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에 접촉해서 얼어붙은 흰 가루 모양의 어름(이희승 국어사전)."이 됩니다.      


이것은 말하려는 대상인 서리라는 사물(事物)에 관한 의미인 것입니다.  

    

이 명제처럼 말하려는 대상과 그 의미인 S와 P의 위치를 바꿔 P를 먼저 놓고 S를 뒤에 놓는 것을 [단순 환위]라고 하는데 어떤 명제를 단순 환위해서 그 결론이 일치할 때 이러한 명제(동일명제: 분석적 명제)는 일단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위의 명제라면 

"맑고 바람 없는 밤에 기온이 빙점 이하로 내려올 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에 접촉해서 얼어붙은 흰 가루 모양의 어름"은 서리이다.”라고 해서 그 의미가 똑같으면 이 의미로서의 p는 진리가 됩니다. 

(예를 들어 "개(s)는 동물(p)이다"라는 명제를 단순 환위해서 “동물(p)은 개(s)다.”하면 잘못이 되지요.)

    

이러한 명제 중에 아무런 경험적 내용이 내포되어 있지 않은 명제를 분석적 명제라고 하는데 분석적 명제는 모두 절대적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라는 명제는 우리의 경험에 의해서 얻는 판단이 아니라 대상에 관한 의미를 정의해서 단순히 표기한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분석적 판단)을 토톨리지라고 하며 절대적 진리의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온 어떤 지적 존재라고 해도 이 판단의 결과를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곧 "전체가 부분보다 작다"거나 "부분이 전체보다 크다"는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고대의 어느 시기, 우주의 어느 장소에서 판단하더라도, 그리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른 어떤 존재가 주장하더라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의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으로 형성된 명제는 절대적으로 타당한 명제이며 바로 절대적 진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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