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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2. 2024

사랑의 층 구조론(層構造論){켜 얼개론} [4] 적응층

[4] 적응층(適應層)


[4] 적응층

적응층 실마리

적응의 뜻과 형태

감성이 뛰어난 우리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정애인 정듦의 반영이기도 한 적응을 이루는 기제에는 다음과 같은 2가지가 있다. 

ⓐ기계적 적응

ⓑ관계적 적응.      


기계적 적응

둘레의 대상 사물들과의 거리낌 없는 접촉은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에 따라 대상들과의 적응이 이루어지고 삶의 마당에서〘교호〙할 수 있다. 대상에의 접촉에 따라 대상이 주는 자극에 관한 의식, 특히 감성이 이에 순응하면서 발생하는 낯익는다는 현상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적응의 기제를 우리는 [정(情)]이라고 부른다. 접하는 모든 대상 ⸺주로 의지자들이지만 의지 없는 사물들, 곧 무생물들도⸺ 들도 다 포함된다. 정에는 미운 정과 고운 정이 있다.


미운 정: 대상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대상이 없으면 허전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만큼 적응이 습관화되었다는 의미

고운 정: 대상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허전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로 흠뻑 적응되었다는 의미

적응층이 이루어지는 뿌리샘은 긍정성{애(愛) 우(優) 호(好) 이(利)}에 앞서 접촉성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서로 맞붙어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근감이 쌓인다. 자주 접촉함으로써 대상에 관한 낮설음이 사라지고 낯이 익어가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 기계적 적응성이다.      

♣광고 마케팅에서 애용하는 [에펠탑 효과]라는 것은 처음에는 비호감이었던 사물이라도 자주 되풀이하여 겪게 되면 차츰 호감이 생기다가 친근감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바로 인간 의식의 [기계적 적응]에 따른 적응을 설명해 주는 결과이다. 

     

관계적 적응

심신의 교호

적응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접촉에 따라 일어나는 것 ─곧 기계적 적응─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접촉과 더불어 긍정성까지 보태어지면 기계적 적응보다 더 짙은 친밀감이 쌓이게 된다. 곧 오랫동안의 접촉에 의한 사귐이 쌓이면서 상대방의 경향을 이해하고 관계를 파악하여 위험이 없음이 반영되어 마음의 편안함. 적과 우리 편, 갚음이나 이해의 갈등, 그 밖에 서로의 의사 • 성격 • 인간성 등의 파악 결과 쌓여 형성된, 신뢰로 맺어지는 적응(정듦)의 켜[층(層)]의 두께가 관계적 적응을 형성한다.      

주로 의지적 존재로서의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동물, 특히 사람과 반려동물, 사람과 심어 가꾸는 식물 사이의 사귐에서 나타난다. 
 관계적 적응은 기계적 적응에 견주어 부정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추억과 역사를 만드는 적응층.


유전자보다 정듦{친밀성}

우리가 한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이웃사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비록 혈족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가까이 지낸 교호로 인해 정이 들어 혈육에 의해 사랑의 1층이 형성된 [혈족적 사촌{유전자 근연도}]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적응되어 친밀한 3층적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이르는 말로 적응층의 중요성을 가리킨다.      

사물은 특히 주변 환경 ⸺그것이 추상적인 것⸺ 일지라도 가까이하면 그럴수록 더욱 친숙해지고 정이 든다. 심지어는 그 사물이 해로운 것이라도 그렇다. 해로운 것의 경우, 그것이 한편으로는 꺼려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친숙함이 자란다. 이른바 반려동물이라고도 부르는 동물들의 경우 매력적이기에 당연히 오래 함께 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정(情)이라는 짙은 유대를 빼내 버린다면 초기의 연정 이외의 사랑은 사실상의 현상보다 상당히 약한 감정에 머물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이라는 것을 사랑의 한 구성 요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로 간에 접촉이 오랫동안 또는 자주 지속됨으로써 적응 상태가 형성되면 이제는 사랑의 심원층에 의해 형성되는 친애의 감정과 같이 상대방의 결점까지도 혐오나 경멸 등 부정적 감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모두 수렴ㆍ소화된다. 

뿐만아니라 이제는 상대방의 일체가 자신의 생존 마당의 구성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가운데의 요소가 제외되는 경우, 환경이 이지러져 텅 빈것처럼 허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적응층은 본능의 적응성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E사랑〙의 주체가 본능적 경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정드는 정도도 강해지며 적응층적 애정의 유대도 굳세진다. 또한 E사랑의 대상이 동류[Ⅰ층적]이거나 우수한 용질[Ⅱ층적]의 대상일 때에는 그렇지 않은 대상보다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고 강해진다. 적응 성향은 E사랑의 농도를 짙게 하는 요소이지만 E사랑에서 파생되는 부차적인 현상은 아니고 의식의 편향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용의 범위가 E사랑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E사랑의 지향 대상이 아닌 많은 사물, 의지적 사물이 아닌 물건에도 지향된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성향이 E사랑과 결부될 때, 대단히 강력한 특성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든 사람들 가운데에는 평소에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사랑에 대한 뚜렷한 자각을 느낄 수 없었더라도 그 대상과 헤어진 뒤에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적응층은 이처럼 의식적인 자각이 없음에도, 대상을 잃으면 비로소 고독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공허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적응층의 사례

적응층의 사례 3가지

노부부의 적응층 

젊어서는 사랑하리와 성적으로나 그 매력에 의한 사랑이 유지되지만 늙어서는 성적 능력과 관심은 크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사랑하리에 대한 매력도 당연히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줄어든다. 상대방에 대한 용재의 우월성에 의한 긍정 감정, 즉 매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어 그가 신체적으로 잘생겼든 이제 늙어서 별 볼 일 없이 생겼든 이제는 관심 밖인데도 전체적인 E사랑에는 별 큰 변동이 없을 수 있다. 오랫동안 생활을 같이한(해로(偕老)한) 노부부들의 경우에 그 벌어진 틈을 메꿔 주는 것은 대부분이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축적된 적응 작용으로서의 정듦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영화 같은 프랑스의 두 가족 소피 세라노와 마농

10년 만에 딸이 바뀐 것을 알았지만, 되돌려 바꾸지 않았다는 사연이 한 때 신문에 나면서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출산한 소피 세라노는 인큐베이터에 머물다 온 딸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세라노의 딸 마농은 클수록 부모와 외모가 달라 동거남은 아이가 외도의 결과라고 의심했다.     

딸이 열 살이 되던 해 세라노의 동거남은 '내 자식도 아닌 아이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싶지 않다.'며 유전자 감식을 요구했다. 검사 결과 마농은 '아빠 딸'도 '엄마 딸'도 아니었다. 간호사 실수로 인큐베이터에서 다른 신생아와 바뀐 것이 밝혀졌고 세라노는 친딸을 찾았다. 


다시 10년이 지났지만, 친딸은 그녀를 길러준 양부모와 산다. 처음에는 양쪽이 자주 왕래했지만, 유대감이 생기지 않아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며 "양쪽 모두 기른 자식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세라노는 "친자관계가 아니란 걸 알게 된 뒤, 우리 모녀는 서로를 잃을까 봐 두려워했고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외모를 빼닮은 친딸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내가 낳긴 했지만, 친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그 아이의 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세라노는 "나는 내 비(非) 생물학적 딸과 너무나도 훌륭한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가족을 형성해 주는 건 단순히 피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고 서로 이야기 나눈 그런 것들"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를 줄여 인용.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기른 정 인정해 달라.

일본의 한 부부가 친자소송을 벌이면서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남자의 아내는 남편이 타지에서 직장을 다닐 당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태어난 아이를 돌보며 애정을 쌓아왔는데 아내는 결국 남편에 이혼을 요구하면서 법률상 부자 관계도 해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내는 현재 남편과 별거하면서 아이의 실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은 이 상황에서도 아이와의 친자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며 이혼도 거부하고 있다. 아내는 교제하는 남성일 가능성이 99% 이상’이라는 DNA 감정 결과를 근거로 법률상 친자관계 해소를 주장했다. 


반면 남편은 “DNA 감정 결과 혈연관계가 없어도 입양 등으로 인한 부자는 존재하고 혈연만으로 아이를 떼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혼 후에도 부자 관계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http: • •news.khan.co.kr kh_news • khan_art_view.html?artid=201406110927141&code=970203에서 줄여 인용.      


이들은 적응층의〘짙은 사랑〙을 증언하는 좋은 사례이다. 이런 사례는 극히 특수적이라고도 보이지만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의 사례가 그리 희귀한 것은 아니다. 

     

[향수(鄕愁)] 향수라는 말은 적응층에 관해 흔히 쓰이는 개념으로 고향에 관한 그리움으로 시름에 빠져있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 뛰어놀던 고향을 못잊어 한다.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데 대해 까닭 모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고향처럼 평범한 곳이 또 있는가? 날이면 날마다 보아 온 낡을 대로 낡고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어느 한구석도 신기하고 신선한 곳이 없는 곳. 그곳이 고향이다. 그래서 먼 이역의 신기한 풍물을 보고 싶어 치밀한 준비를 한 뒤에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그렇게도 가보고 싶던 이역에 당도하여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신기함에 놀라함도 잠시뿐, 그곳을 어느 정도 알고 나자마자 신기함도, 경이로움에 대한 흥미로움도 사라져 버린다.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의 푸근한 안도감, 그것은 우리의 본능이 고향에 대해 오랫동안-거의 몰각적(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생존의 적응력에 의해 정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http: • •news.khan.co.kr kh_news khan_art_view.html?artid=201406110927141&code=970203


이 원고는 필자가 저술 중인 ❰사랑, 그 참뜻과 모습❱ 제1부 E사랑 제3과 사랑의 층구조(層構造){켜 얼개}를 옮겨 적은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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