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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17. 2024

무서울 때, 놀랐을 때 비명지르는 이유

깜짝 놀랐을 때 왜 도대체 비명을 지르게 될까요?

무서울 때, 놀랐을 때 비명지르는 이유

   

[질문]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또는 굳이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니더라도) 깜짝 놀랐을 때 보통 비명을 지르잖아요.     

대체로 여자의 경우는 '꺄아악~~', 남자의 경우는 '우어어오어엌!!!'     

앞뒤로 '엄마야',혹은 '슈발'같은 욕이 첨가되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런데 왜 도대체 비명을 지르게 될까요?     

'깜짝 놀라니까' 이런 초딩스러운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라, 왜 놀라면 비명을 지르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진화론적(?)관점에서 본다면 이 무서운 상황을 남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지르는 걸까요?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려고 지르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이 비명이 하나의 맞대응수단인 걸까요?     

일종의 방어무기같은 느낌으로 적(상대방)에게 비명을 질러서 적을 당황시켜 그틈에 도망가려고?     


심리적인 관점이나,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괜찮습니다.     

(알고 계시는 어떠한 정보 모두 환영입니다.. 하지만 카더라식, 똥 덜 닦은 것같은 답변은 별로...)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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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인사     

오랜만에 지식인에서 제대로 된 답을 듣게 될 줄이야.. 좋은 답변 잘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참대(charmdae)의 답변] 

생물체는 내외계의 상황에 직면하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본능적으로 거기에 반응합니다. 그것은 생존에 거의 필수적인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 반응이 감정일 수도 있고 행동일 수도 있지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행동은 감정을 동반하고 반대로 감정엔 행동이 동반됩니다.     


상황에 대한 이러한 반응에는 의식의 앙분[昻奮: 의식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응어리로, 이 응어리가 커지면 가슴에 가득 찬 듯한 느낌을 주며 긍정적인 것[예컨대 감격]과 부정적인 것[예컨대 분노나 복수심 모두가 가능함]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포는 물론 복수심이라든가 분노, 질투 등에도 이러한 감정의 응어리인 앙분이 발생하지요.     


이 응어리가 양적으로 커지면 심리적인 부담감이 생기는데 우리가 보통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앙분이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발생한 앙분의 응어리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면 정신적인 이상 상태, 곧 병적 상태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심리적 기제(機制)는 이러한 앙분을 해소시키고자 작동하는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다.     


진화론은 어떠한 심리적 생리적 기제들이나 활동들도 모두 진화로 인한 것으로 해석해 버리는 엄청난 편향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모든 것이 진화론으로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거나 도움을 청하려 하는 것이거나 맞대응의 수단으로서" 라는 등의 합목적적인 설명[사실 진화론에서는 이러한 합목적인 설명 자체가 자기모순을 포함함으로 불가능함]과는 무관하지요.     


●남들이 없을 때나 없을 개연성이 높으면[아무도 없는 무인도라거나 심산유곡 등]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요?  


●도움은커녕 오히려 적들만이 우글거리는 곳이라면 (비명이 필요없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요? 

예컨대 고통의 비명 등. 그러한 경우의 비명은 오히려 위험을 자초합니다. 적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데 일행 가운데 심약한 아이가 있어서 추격병을 보고 그만 비명을 지르려 합니다. 위험천만이지요. 일행 중에 침착한 한 사람이 아이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영화 등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그 아이가 누구의 도움을 청하려는 것일까요?       


그저 그 장면이 너무나 무서워서 스스로 통제하려고 해도 불가능해 지르게 되는 [앙분]일 뿐입니다.     


●맞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면 비명보다는 마주서서 노려보며 고함을 지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비명과 고함은 소리의 크기는 거의 같을지라도 그 내용은 전혀 다른 느낌을 나타내는 겁니다. 비명은 약자의 피해의식이 들어가 있고 고함은 강자의 도발의식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말해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은 일종의 자의식적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발하는 진화심리학적인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형성된 본능적인 의식에 따르는 심리적인 응어리, 곧 공포심으로 인해 조성된 앙분을 해소시키려는 해소 기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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