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1~2017.09.24 첫번째 이야기①
"프라하"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할까?
"프라하의 연인", "사랑의 도시 프라하" 등등... 프라하에 대한 수식어는 인터넷 조금만 뒤져봐도 수십가지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프라하"라는 도시는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도 괜찮아." 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나의 "인생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랬기에 휴가가 끝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나는 프라하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럼 이제부터 10시간의 비행 끝에 얻은 값비싼 보물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야겠다.
남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첫 유럽 여행을 가게 된 나에게 유럽은 하나의 "모험"과도 같았다.
그도그럴 것이 가까운 일본의 2시간 비행에도 덜덜 떨면서 잠도 못자는 내가 2시간 이상, 그것도 5배나 더 긴 비행을 하게 될것이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첫 유럽여행지로 프라하를 꼽은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로, 옛 문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점.
두번째로, 치안이 비교적 다른 유럽권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점.
세번째로, 물가가 싸고 저렴하다는 점.
이러한 조건에 가장 적합한 곳이 "프라하"였다.
정말 의외였던 점은 인천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카운터를 찾는데
체코항공이 A카운터에 있었던 점이다.
아니, 체코항공이 도대체 왜 대한항공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거야? 하는 궁금증이 생긴 가운데,
어떤 아저씨가 대한항공이 체코항공 지분의 49%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나의 궁금증은 금방 풀려버렸다.
사람들의 생각들은 다 비슷비슷한가보다.
다행이도 우리는 연착없이 비행기 탑승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이륙했으면 하는 마음도 잠시, 탑승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는 곧바로 정시에 이륙을 하였고, 멀어져가는 인천공항과 한국에 인사를 하며, 저 멀리 성층권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 석이 그렇듯이 좌석이 좁고 의자가 살짝 불편한 감은 있었으나, 이래도 어떠하리!
무사히 안전하게만 체코에 데려다 다오!
웃긴건 우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못먹고 공항에 왔고,
비행기가 이륙을 하면 바로 기내식이 나오는게 아니니까 이왕 시간 남은거 든든하게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자며
둘이서 만두, 쌀국수, 우동을 시켜서 우리의 마지막 한국음식이라고 킥킥 거리며 정말 배부르게 먹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와 이내 곧 괜히 분식 먹었다며 후회를 했지만, 정말 상황이 웃겨서 기내식 보자마자 우리는 서로 한참을 쳐다보며 계속 웃었다. 그리곤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는 후기.
내 주변의 친구들은 내가 장시간 비행하는게 처음이라 정말 걱정이 되었는지 비행기에서 먹는 맥주는 빨리 취한다며, 맥주랑 와인마시고 빨리 취해서 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나는 말 잘듣는 30대 어른이이기 때문에 기내식이 나오는 순간, 그리고 중간중간 승무원을 불러 맥주를 달라고 청하였다. 체코항공 답게 맥주는 감브리너스와 필스너우르켈.
사실, 맥주 맛은 잘 모르지만 감브리너스와 필스너 우르켈을 간단히 비교해보자면,
감브리너스는 목넘김이 부드러워 순간의 갈증과 더위를 해소하며 간단히 마시기 좋은 맥주라면
필스너 우르켈은 입안 가득 느껴지는 쌉싸름한 홉의 진한 맛과 향이 나를 압도했다.
이러나 저러나 체코 맥주 만세!
아! 여기서 한가지.
나는 주량이 쎄지 않아 보통 맥주 1캔 정도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고 금방 잠이 온다.
주사는 없는 편이지만, 나는 술만 마시면 잠이 너무 쏟아져 서서도 눈을 감고 자는 기행을 보여주어 모두를 놀라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이날!!!!
너무 설레였던가? 맥주를 마셔도 마셔도 잠은 오질 않고 (심지어 맥주 2캔과 와인1잔을 마셨다)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 지는것 아닌가.
나의 여행을 이렇게 피로로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억지로 자기 위하여 책을 100페이지나 넘게 읽고 (평소에 책보면 잠이 오므로..) 목베게와 안대와 클래식을 들으며 잠도 청해봤지만, 정말정말 잠이 오질 않았다.
또,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을때는 설레여서 잠이 오질 않아 그냥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면세점에서 산 홍삼스틱이나 먹으면서 버텨야겠다"라는 아재스러운 발상으로 비행시간을 버텨냈다.
한가지 웃겼던것은, 몸이 너무 찌뿌둥하니까 비행기 끝에서 끝까지 괜히 걸어다니고 화장실 앞에서 스트레칭하고 오도방정을 떨어 아마 같은 비행기에 있던 한국분들이면 내 얼굴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웃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프라하 공항에 도착.
프라하 공항의 또 다른 이름은 "바츨라프 하벨 공항" 여기서 "바츨라프 하벨"은 체코슬로바키아를 민주주의 체제로 이끌어낸 벨벳혁명의 중심 인물이자 체코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특이한 점은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한 그 다음날 눈을 감았다는 점인데, 각국의 인사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며, 체코의 초대 국장이 치뤄지는가 하면, 프라하 공항의 이름도 "프라하류즈네 공항"에서 "바츨라프하벨공항"으로 개명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프라하에 도착의 기쁨도 잠시, 머나먼 타국의 땅이기때문에 지금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더군다나 같이간 동생보다 내가 언니이므로, 웬지 모를 언니의 책임감이 있었기에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프라하"의 이야기가 시작되겠다.
사실, 유럽이 서류적인 부분이나 인터넷 속도 부분에서 한국보다 느리다는 사실은 미리 인지하고 갔었지만,
여기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먼저, 프라하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받는데 너무너무너무x100만배 느리다.
우리 한국이나 일본은 보통 지문등록하고 사진찍고 여권에 도장 꽝 찍고 빨리빨리 넘어가는데 이곳 프라하에서는 지문등록따위, 사진따위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출입국관리원이 매의 눈으로 여권의 사진과 나의 얼굴만 수십번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국도장을 꽝 하고 찍어주곤 끝이다. 도장 찍어줄때도 정말 천천히 찍어 나는 슬로우 모션을 보는것만 같았다.
사실, 여권 사진은 너무 무표정하게 나와서 언뜻보면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고 놀림을 많이 받아온데다 장거리 비행으로 노메이크업에 초췌한 몰골이었는데 체코 출입국관리원이 너무 쳐다보니 웬지 모를 민망함에 킥킥거리며 웃고 말았다. 아! 나는 민망할때 너스레떠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역시 그 습관이 나오고 말았다
"노메이크업, 노메이크업"
나의 이 한마디로 출입국관리원에게 큰 웃음을 안겨준 뒤 프라하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비행시간보다 더 긴것같은 입국수속이 끝나고,
우리는 프라하 시내로 가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기사님이 한글로 "000고객님"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점잖은 노신사분이어서 우리는 너무 기쁜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가지 팁이라면, 프라하 공항에서 시내로 나갈경우 공항 픽업 택시를 이용하는게 가장 좋은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멋진 택시기사님과 함께 세단을 타며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하는게 너무 좋았던 탓이다.
우리는 벤츠를 타게 되었는데 문제는 벤츠가 아니라 택시기사님에게 너무너무 반해버려서 프라하의 스타트가 정말 좋았다.
이렇게 좋은 세단은 거의 탄 적이 없어 너무 황송할 지경이었던 데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께서 나의 캐리어를 직접 끌어주시니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본인을 "아그네티"라며 자기 소개를 하시고는 간단하게 택시에 대해서 설명을 하시고는 파워풀하게 운전을 하기 시작하셨는데 시내까지 가는 중간중간 예쁜 곳이 나오면 사진찍으라고 일부러 천천히 가주시고, 트램이 나오면 사진 찍으라고 알려주시는데 우리가 트램 사진을 놓쳐서 아쉬워하면 같이 아쉬워해주시는 리액션으로 인해 몸은 지쳤지만 우리는 이 기사님으로 인해 이내 곧 행복해졌었고, 이것이 우리에겐 프라하의 첫 이미지로 각인되어 여행이 끝난 지금도 프라하 얘기가 나오면 "아그네티" 기사님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었다.
아그네티 할아버지, 또 보고 싶어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