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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2. 그냥 아무곳이나 정처없이 떠돌아도 좋아

2017.09.21~2017.09.24 첫번째 이야기②

by Luna


아그네티 아저씨가 친절하게 호텔 앞에서 내려주어 힘들지 않게 호텔에 올 수 있었다.

유럽은 처음이라 체크인할때 여권번호랑 전화번호, 한국 내 집 주소까지 적으라고 해서 살짝 애를 먹었다.

특히 집 주소 찾을땐 네이버 검색을 많이 했는데 알다시피 체코는 인터넷이 너무 느려 시간이 꽤 걸렸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점은 호텔 스텝들이 무뚝뚝하고 표정의 변화가 없고 (처음에는 화난것 같이 보였다) 굉장히 차가운 느낌을 받았는데 다음 날 투어때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원래 체코인들이 무뚝뚝하고 차가우나, 친해지면 잘 챙겨주는 '츤데레'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도 몇번 호텔 복도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마주쳐보니 정말 인사도 먼저 잘해주고, 미소도 지어주고 심지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건네주는 걸 보고 이 곳도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정말 프라하 거리로 나가보자.



"그냥 아무곳이나 정처없이 떠돌아도 좋아"


이 곳 어느 곳이나 프라하가 아닌 곳은 없었고, 나의 시간이 아닌 곳은 없었다.

이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 낯선 이방인으로써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 방문한 이 느낌 자체가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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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천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내가 프라하에 도착하면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10년이라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건 아니지만) 직장 생활 속에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던 상태였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이미 감정은 메말라 있었고,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을땐 웬지 서글픈 느낌이 들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난 이미 직장에서 화를 참고, 짜증을 내고 나의 감정을 억누르는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프라하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체코인들도 나처럼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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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베르니아 레스토랑"

우리의 프라하에서 첫 끼는 "히베르니아 레스토랑"에서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처럼 튀어나온 간판이 없는 프라하에서 식당찾기란 정말 어려웠다. 건물 벽을 자세히 보면서 다녀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히베르니아 레스토랑은 양반이었다. 어떤 곳은 색이 바랜 글씨로 쓰여진 곳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지, 구글맵스에 저장을 해놓고 가기로 했던 식당인데 걸어다니다 우연히 얻어걸려 첫끼 식사부터 무언가 술술 잘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 웬지 느낌있어 보이는 직원 이분이 제일 친절했다.


혹시나 이 곳을 찾아가는 분들에게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저녁에는 체코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입구에 들어서서 직원을 기다릴 필요없이 빈자리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앉으면 된다.

주문은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와서 메뉴판을 주고는 시크하게 돌아서서 가는데, 우리는 "허니치킨윙스"랑"타타르"라는 요리를 주문했었다. 실은 미리 인터넷 검색하고 주문 시킨 거지만.

아! 그리고 한국에서부터 벼르고 간 "코젤다크"도 각각 1개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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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도 단짠단짠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인 "허니치킨윙스" 우리나라의 육회와 같은 걸 빵이 발라 먹는 "타타르" 그리고 체코맥주의 절대지존 "코젤다크"


역시 여행에는 좋은 풍경과 좋은 친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트리플 세트인가 보다.

이렇게 앉아서 먹는 치킨 한조각만으로도 세상이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사심 가득했던 사진 한방


옆 테이블은 체코인들이 회식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눈여겨 보고 있던 직원분이 계속 쉼없이 바쁘게 움직였는데 덕분에 눈호강은 제대로 했으니 나는 너무 만족이다.


아까 앞서 호텔의 직원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써놓았는데 히베르니아 레스토랑에 비하면 호텔 직원은 양반이었다. 우리 테이블에서 주문받던 여직원은 표정도 굉장히 짜증난 표정에 주문도 대충받고 휙휙 지나갔었는데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니 이곳 사람들 인종차별이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인종차별이라기 보다는 많은 손님들을 소수의 직원이 감당하고 있었고, 원래 서비스업이 발달된 곳이 아니어서 서비스 마인드의 부재였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여기는 프라하니까, 아무렴 어때?


그리고 한 가지 매너라면, 이 곳에서 직원을 부를때 손을 번쩍 드는건 유럽에서 예의에 어긋난다고 한다.

유럽 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촌스럽게 발표하는 아이처럼 손을 번쩍번쩍 들었지만.


또, 계산을 할땐 직원들이 돈주머니 같은걸 들고 다니면서 돈을 거슬러 주는데 프라하의 대부분 식당이 팁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10%를 계산해서 줘야 한다. 팁 문화도 처음이라 난 너무 신기했는데, 우리가 눈여겨 본 남자 직원과 계산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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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히베르니아를 아쉽게 떠나고, 우리는 프라하의 밤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일교차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곳이라 그런지 밤이 깊어질 수록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9월 21일부터 여행하기 시작했는데 히트텍을 입고 기모맨투맨티를 입고도 춥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한겨울에는 오죽할까 싶었다.



▲ 유럽의 한가운데에 있으니 웬지 나도 유러피안이 된 느낌



프라하는 치안이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때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고 한다.

물론 소매치기가 많긴 하지만 대부분 얼굴에 "나, 소매치기"라고 써있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나니까

낯선사람이 따라붙는다 싶으면 손으로 가방을 움켜쥐면 된다.

소매치기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9월에 웬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곳이 있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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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신시가지 광장

이곳은 현대적인 건물과 유명한 해외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또, 위에서 언급한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상점들이 몰려 있어 궁금한 김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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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문을 닫기엔 이른시간이라 와인도 판매하고 우리나라에서 굴뚝빵이라고 부르는 뜨르들로등등 여러가지 간식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금 히베르니아 레스토랑에서 든든하게 먹고 나온 터라 딱히 끌리는 음식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곳을 발견한게 어디냐며 스토어 한곳 한곳 천천히 살펴보고 다니고 읽지도 못하는 체코어 메뉴판을 빤히 쳐다보는 둥 한참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거의 일년 내내 있는 곳이었으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더욱 더 볼거리가 화려해지는 곳이라고 한다.



▲ 저분들 최소 98% 이상 관광객



그런데 길거리를 열심히 걸어다니다 보니,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체코 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프라하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실거주자는 120만~130만명 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체코의 총 인구수는 1000만명이 간신히 넘는다고 하는데 연간 프라하에 방문하는 관광객은 1억명이 넘는다고 하니, 프라하 거주자의 무려 76배가 넘는 인원이 프라하를 방문하는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수가 2천만명 인데 만약 76배가 넘는 관광객이 연간 방문한다고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그러다 보니 프라하의 물가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하지만, 프라하에서 5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만 나가보면 물가가 프라하의 60% 이하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부동산 또한 프라하의 핵심 관광지인 제 1구역은 우리나라 강남처럼 서민들의 급여수준을 생각했을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하니, 이것이 국제도시의 위엄일까? 물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업과 식당, 숙박업 등등 여러분야에서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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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우리는 얀후스 광장이라고도 불리우는 구시가지광장 (올드타운)으로 돌아왔다.

틴 성모교회, 시계탑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그 많은 이야기들은 다음 장에서 풀어내는 걸로 하고,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와 사람들이 흥에 겨워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또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프라하에 도착했던 날은 정확히 9월 21일.

이 날 체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걸까?

혹시 UEFA경기에서 이기기라도 한 걸까? 웬 한무리의 젊은 사람들이 광장이 떠나가도록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소리지르고 흥에 겨워 노는 통에 온 관광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광장에서 여러사람이 뒤섞여 소리지르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광경을 실제로 처음보아서 그런지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이사람들 여기서 왜 이러는거죠? 누가 설명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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