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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3. 여행지에서 가져보는 짧은 단상

2017.09.21~2017.09.24 두번째 이야기①

by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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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때, 갑자기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딱 이날 아침이 그랬었다.

사실, 회사에 출근할때는 1분이라도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어져 아침도 거르고 게으름을 피우기 일쑤였지만,

이상하게 나는 여행만 가면 아침 5시~6시부터 일어나 조식을 항상 챙겨먹는 여행체질로 완벽 변신을 한다.


이날도 아침 6시 알람에 딱 일어나 씻고 바로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특히 든든히 먹어야 했다. 왜냐면 오늘과 내일은 투어를 신청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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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이나 출사를 나갈때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가급적이면 최대한 인적이 드문 시간, 햇살을 예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시간,

혼자 나름대로의 사진 작품의 세계에 빠져 이리 저리 사진을 담아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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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게으르긴해도 내가 아침 시간대에 많은 일을 하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침햇살을 맞으며 걸어가는 것은 마치 새롭게 연애를 시작할때 처럼 연애세포가 활성화되는 느낌과 같다고나 해야할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수한 행복감과 주체가 없는 누군가에게 괜히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 나는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오후 4~5시의 햇살보다는 오히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의 강렬한 햇살을 매우 좋아한다.

느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침 햇살을 받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면 왠지 하루가 잘 풀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아 되도록이면 아침엔 조금이라도 햇빛을 쐬고 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7.jpg ▲씩씩한 형제, 뒤에서 흐뭇한 아버지



나처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공감할 이야기이겠지만, 인적이 드문곳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진에 심취해 있을때의 느낌은 내가 오롯이 나를 대할 수 있는, 자아를 느껴가는 그런 시간이라 생각한다.

모든 업무, 학업, 스트레스 따위는 잊고 오롯이 내가 나를 대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

아마 프라모델이나 등산, 바이크 타기 등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런 느낌에 빠져 더더욱 취미생활에 열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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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침 일찍 움직이다 보니, 웨딩촬영을 하는 한쌍의 커플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도 행복해보이는 웃음.

멀리서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는걸 알고 미소를 지어주셔서 사진 찍는 내내 나도 덩달아 같이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혼기가 꽉 찬 나이가 되다보니 왜 결혼을 안하냐, 너 언제 결혼할래, 더 늦기전에 빨리 결혼해라 등등

"결혼"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꽤 받는 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하는 커플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질 수가 없다.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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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신혼때 예쁜 스냅사진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프라하까지 10시간에 걸쳐 날아오기도 하는데,

체코인들은 프라하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그림 같이 나오니, 이 또한 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스냅사진을 꼭 프라하에서 찍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체코는 우리나라보다 결혼율도 높고 같은 나이때의 여성들에 비해 출산율도 높은데 비해, 이혼율은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글을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다.

분명 우리나라보다 GDP도 낮고 생활의 전반적인 인프라도 낮은 것 같은데 출산율이 높은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비정상적으로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저조한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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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여유롭게 투어 전 일찍 한바퀴를 돌아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내가 정말 그렇게 동경하던 프라하에 와 있는게 맞는걸까? 이거 혹시 꿈이 아닐까? 하는 괜한 의심도 한번 해보면서 산책삼아 걷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아등바등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내가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너무 좁은 세상을 살아왔던것 같다.

나의 하루의 70%는 직장에 메여 업무적인 것과 전혀 업무와 관련 없는 쓸데없는 남에 대한 관심.

이런 것들에 발목이 메여 나를 힘겹게 옭아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저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저씨처럼 방랑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방인으로 살아가 보는 것.

언젠가 그 꿈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투어 미팅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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