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무선 마우스가 많아서 어렵겠죠....
세상은 넓고 또 사람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름도, 성별도, 성격도, 행동도. 조금씩은 다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특징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서 오랜 시간 함께합니다. 하하호호 하며 즐거운 시간 들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가면을 쓰고 "하하. 호호." 하는 일이 더 많죠.
여기, 바로 전 이야기에서 저와 친구에게 큰 업무를 주셨던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능력치가 아주 남다릅니다. 회사에서 이렇게 능력치가 뛰어난 분들 세 분이 계셨는데, 그 세 분이 각각 리더들이셨죠. 저희는 이분들을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이 이런 느낌인 걸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셨습니다. 아, 그런데 신은 공평한 거 같단 생각도 했습니다. 이분들에게 엄청난 능력을 주셨지만, 안 주신 것도 있더라고요. 소통하는 방법.... 하필 그걸 안 주셨더라고요.
입사하고 얼마 뒤, 저와 친구는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업무들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관리 쪽에 가까운 업무들을 맡았고, 친구는 이전 이야기에서 하던 것과 같은 UI 쪽 작업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조금 새로운 업무가 저희에게 들어옵니다.
"자, 둘 다 모여봐!"
친구 자리에 모여 새로운 업무에 관해 설명을 듣습니다. 회사 업무 대부분은 반복적인 게 많습니다. 대부분 새로운 업무는 조금 더 많은 권한이 있어야 하는 작업이고, 기존 업무의 연장선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맡은 새로운 업무도 마찬가지였고, 게임을 만드는 직업이니 새로운 이벤트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는 작업이 업무로서 주어집니다. 사실상 '진짜 개발'을 시작하는 셈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신 뒤, 이제 직접 해보라고 저희에게 지시합니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또 클릭하고.... 그리고 이때, 큰 소리가 들립니다.
단축키 안 쓸래?? 마우스 선 뽑아버린다???
앗.... 마침, 친구 자리에 모였고, 친구가 하던 타이밍에 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우스를 많이 쓰는 게 맘에 안 드셨나 봅니다. 주눅이 들어서 '네!' 하고 웃습니다. 이후에도 잔소리가 더 늘었지만, 그냥 불만들을 쏟아내신 거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 사건 때문인지, 이후부터 저는 마우스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축키도 곧장 쓰기 시작했죠. 제가 직접 혼난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시작한 거죠. 그 사건이 아예 의미가 없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후에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마우스 선 뽑아버린다!'란 에피소드는 저의 안줏거리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적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크게 당황했던 사건입니다. 이 외에도 소통을 잘 못하시는구나.... 하고 느끼는 사건이 꽤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당시 저는 이걸 '소통하는 방법의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한 거로 생각하고 저를 고쳤었죠. 신입 때는 모든 것들이 다 '저를 바꿔야만 하는 문제'로 인식했었습니다. 그렇게 지쳐갔었고, 결국 지쳤습니다.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런 상황에서 왜 저런 행동을 했었는지도 이해가 되었죠. 말하는 처지에선 답답함을 표현한 것. 하지만 받는 처지에선 혼난 것. 서로 다른 처지이고 그 처지가 다르게 흘러가지만, 서로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 그래서 골이 깊어져 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상한 게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찾아봐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에게서만 찾으면 안 됩니다. 자신에게서도, 상대에서도, 환경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찾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각도로 보다 보면, 이해가 될 수 있거든요. 물론 이해하는 것과 내가 받아들이는 건 다르지만.... 적어도 이해는 해볼 수 있으니.
- 이제 저와 친구는 그분께 "왜 마우스 선 뽑으라고 하신 거에요!?" 하며 놀리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 글은 저렇게 썼지만, 부산이니 실제 말은 "단축키 안 쓰나?? 마우스 선 뽑아뿐다??"였습니다. 억양과 함께 들어보면 무섭게 들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