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도망치라는 건 아니에요!!
저는 도망을 잘 칩니다. 맘에 안 들면 습관처럼 도망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맘에 안 든다는 평가 저점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금방금방 도망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도망을 잘 칩니다. 그래서 오늘은 첫 번째 도망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일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솔직하게 퇴사 이야기를 할 수 있으신가요? 지금의 저는 가능하지만, 예전의 저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마 사회생활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저와 같을 거로 믿습니다. 이전 글에도 조금 썼었는데, 제 첫 퇴사 멘트는 "해외 유학 갑니다" 였습니다. 제 나름대로 뇌를 엄청나게 굴리고 굴려서 꺼낸 이야기였죠. 이때는 말만 하면 혼날 거 같았고, 그 피드백이 무서웠거든요. 해외 유학 이야기를 꺼내고, "뭐가 맘에 안 드는데"란 답변을 들었습니다. 물론 사유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일을 못 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휴직을 권유받고, 잠시 쉬게 됩니다. 이때 저는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직업을 바꿀 생각을 했습니다. 괴물 같은 사람을 만나서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잃었고, 눈치 볼거리에... 지쳐있었죠. 그래서 아예 다른 직업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쉬면서 쉰 게 아니라, 전직을 생각했죠. 복직하고 얼마 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이 일어납니다. 이때 퇴사를 했습니다. 전직을 생각하는 저에겐 최적의 기회였죠.
일을 쉬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시 했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처음 했던 게 편의점 야간 알바였는데, 익숙한 일을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일자리는 안 알아봤냐고요? 알아볼 리가요. 저는 개발자가 안 맞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전직할 용기도 없어서 다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온라인에서 이력서를 정리하고 공개해 뒀었는데, 어느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스타트 업이라고 합니다. 면접을 한번 볼 수 있냐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준다는 사실이 기뻤던 건지, 그렇게 면접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시작되게 됩니다.
전 도망을 잘 칩니다. 도망이라고 표현했지만, 제가 어떻게 할지를 선택하고 행동한 것이죠. 당시는 제가 선택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도망이라고 표현했죠. 퇴사하는 것도 선택이란 걸 사회 초년생 때는 잘 모릅니다. 피해를 주는 거만 같죠. 이걸 도망이라고 표현한다면, 도망쳐도 괜찮습니다. 내가 도망쳐도 시간은 흐르고, 회사는 돌아갑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도망쳐도 괜찮습니다. 숨지만 않으면 기회는 있더라고요.
- 리더로 있을 때, 신입으로 새로 오신 분들께는 이 이야기를 꼭 해 드렸습니다. 나는 도망친 적이 있고, 힘든 시기가 올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고.
- 물론 추천했던 책들은 읽지 않으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