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말은 해주지 그랬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여러 가지 업무를 하게 됩니다. 간단한 업무부터 복잡한 업무까지. 그리고 상상도 못 할 규모의 업무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첫 회사에서 저와 친구에게 아주 큰 업무가 하나 주어졌습니다. 규모가 많이 큽니다. 기간도 듣습니다. 7일 주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안될 거 같습니다. 저와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네, 한번 해보겠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가을의 일입니다.
이 일의 규모에 관해 설명해 드리려면, 제가 하던 일을 조금 이야기해야 합니다. 저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클라이언트라고 하는, 실제 게임이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을 했죠. 저와 제 친구는 클라이언트 개발자였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스마트 폰 게임을 만들던 시절은 아녔습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는 게임이 많았죠. 저와 친구도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일을 했고, 온라인 게임 클라이언트는 매우 복잡하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온라인 게임 클라이언트의 UI 엔진 구조를 신규 구조로 모두 전환할 것. 일주일 안에. 저희가 받은 첫 번째 대형 업무였습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고 단번에 생각이 든 프로젝트였죠. 친구랑 매일매일 위기의 남자라고 부르는 시리즈가 다시 이어집니다... 정말 큰 일입니다. 이번엔 못 버틴다.... 이제 끝이다....! 이런 생각으로 어떻게든 일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주말 출근에 야근에... 뭔 수를 써도 불가능했습니다. 처음부터 예상했지만, 이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금요일. 결과를 공유합니다. 죄송하다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짤리겠지... 하고 체념했습니다. 그런데 혼나지 않았습니다. 화내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일정이 있으니, 다른 업무 먼저 하자고 합니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당황합니다. 자신감은 바닥이 나 있지만, 주어진 업무들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하고 나서 놀라운 소식들을 듣습니다. 다 했다고 합니다. 주말동안 저희가 못한것들을 다 했다고 하네요. ....네!?
나중에 말씀해 주셨지만, 어차피 저희가 못할 줄 알고 주신 업무들이었다고 합니다. 실패할 거 감안하고 이미 일정들을 잡아 두셨고, 준비도 하고 계셨다고.... 그렇다고 해도 2일 만에 되는 거에요!?!
이 일을 계기로, 저와 제 친구는 여러 의미에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친구는 그분을 절대 신뢰하게 되었고, 저는 반대로 작아지게 됩니다. 나름대로 개발 공부를 오래 했다고 생각했던 제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거든요. 이 시점을 시작으로 저와 제 친구의 방향이 많이 달라집니다. 전 다른 계기를 빌미로 퇴사했었고, 친구는 계속 남았거든요.
생각보다 싱겁게 지나간 사건이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이후로 자만하지 않게 되었고, 일을 맡기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배웠죠. 친구와 이 이야기를 하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말해주지...
실수해도 회사는 돌아갑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실수는 인정하되, 실수에 매몰되지 마세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면 대부분 고칠 수 있거든요.
- 지난번 팀장님과는 다른 분이신데, 이분과도 아직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개발을 잘하는 것과 이론을 잘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분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