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위기인 남자들
회사 생활을 하면 뭐가 가장 힘들까요? 하나하나 나열해 보면 엄청 많겠지만, 대부분 회사 생활이 가장 힘든 이유는 바로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 때문에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들이 많았습니다. 눈칫밥 먹을 일이 많았습니다. 아주 배부르게 말이죠.
얼마 전, 친구를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제 첫 직장 동료이자 저를 '소시오패스'라 부르는 친구. 물론 저는 진짜 소시오패스는 아닙니다. 아마.... 아무튼, 이 친구는 저와 첫 직장 생활을 함께했습니다. 고등학교 선배가 있는 직장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친구도 함께 면접을 보게 되었고 같이 다니게 되었죠.
요즘은 온보딩 문화가 잘되어져 있으니,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설명해야겠네요. 제가 입사한 곳은 온보딩이 따로 없었습니다. 처음 출근하여 짧게 인사하고, 인사 다닌 뒤 자리에 오면 할 거리를 줍니다. IT 관련 업종이니, 컴퓨터 세팅으로 이틀 정도 보냅니다. 설치해야 할 내용이 따로 정리돼 있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따로 정리된 문서도 없을 때였죠. 흔히 이야기하는 주먹구구식. 그런 상황에 있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업무들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거 설치하세요!' - 설치하면 되고, '이거 하세요!' - 하면 됩니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면 혼나거나, 혼나거나, 혼나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냥 혼납니다. 눈치가 있으니, 뭔가 잘못했구나.... 하지만, 뭐가 잘못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위기인 남자들이 시작됩니다.
친구와 퇴근하고 가는 길, 매일 상황극을 합니다. "위기의 남자들" 시리즈. 작업하다가 누가 부르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헉!"하는 식으로 종료되는 이야기. 하루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름의 상황이라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름만 불러도 "헉!"하는 내용으로까지 갑니다. 실제로 이름 불리는 게 제일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이 시리즈는 제가 퇴사하는 날까지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신 분들은 의사소통이 매우 잘됩니다. 그리고 정말 의사소통이 잘되는 분들은 주고받는 내용도 짧습니다. 그사이에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정말입니다. "그거 했어요?"의 "그거"의 의미를 찾는 데만 모든 뇌를 써야 할 정도죠. 잘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고, 정상이지만 그 상황에선 바뀌어 갑니다. 잘못의 주체가 "내가 한 실수" 에서 "나 자신" 으로 말이죠. 결국 고장납니다.
그러니 사람 때문에 힘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상관없이, 상황 때문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저 처럼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니.
- 도망친 이야기는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한번씩 이야기해 드리곤 합니다. 퇴사 이야기를 못 꺼내서 유학간다고했다가 걸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