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걸 하면 누구나 처음이죠!
회사를 다니다 보면 늘 아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적응할 때쯤 되면 변하는 환경과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어떤 식으로든 안정되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점. 바로 그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서 이 아쉬운 점이 조금 바뀌게 되더라고요.
제가 있는 팀은 늘 사람이 부족했습니다.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저희에게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하나였죠. 숙련공의 팀 이동. 또다시 인력 이동이 발생합니다. K와 F. 잘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이제 달릴 수 있겠다!! 싶던 찰나에 이동이 결정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PM 직군이 팀의 리더를 맡았습니다. K는 제가 있던 팀의 리더였습니다. 정말 일을 잘하는 리더였죠. 단순히 일을 잘하기 위한 리더가 아닌, 일이 잘되기 위해 팀을 잘 이끄는 리더. 제가 본 K는 그런 리더였습니다. 팀원들과 소통도 잘했고, 업무 또한 잘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K의 평판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니, 새 팀의 리더로 이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F는 업계 경력 10년이 넘는 개발자. 대규모 게임 클라이언트 및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해 본 적 있는 실력자였습니다. 복잡함의 정도가 다른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진행해 보셨고 잘 유지하셨고, 이전에도 이미 팀장으로 일을 해보신 분이시니 실력은 검증된 셈. 그러니, 새 팀의 메인 개발자로 이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렇게 K와 F는... 다른 팀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신입 PM 분과 신입 클라이언트 분이 그 두 분의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PM이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하지만, 신입 PM 만이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어서 조금 특이하게 팀 리더를 PM이 아닌 사람이 맡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였죠. 갑작스럽게 팀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리더란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저의 메인 업무는 "게임 서버를 개발하는 업무"였습니다. 그리고 "팀을 관리하는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수많은 미팅들이 생겼고, 수많은 관리 업무들이 생겼습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은 미팅으로 시간을 써야 했고, 해야 될 업무들도 여전히 있어서 개발 업무도 함께 해야 했습니다. 팀의 인원은 여전히 6명 정도. 이 상황에서 경력 있는 개발자는 저 혼자. 리더의 업무도, 개발의 업무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 그래서 둘 다 포기하지 못하다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마구 생기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K와 F가 있을 때, 번거로운 부분을 일부 개선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연말에 휴가는 제대로 다녀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외에 부분은 엉망이었던 듯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럽게 팀 리더란 자리를 맡았고, 기존 업무를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병행해야 했으니. 리더는 처음이었고, 욕심과 의욕만 넘쳤던 나날들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해도... 회사는 잘 돌아갔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말이죠.
이 당시 함께 했던 팀원들과 회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퇴사하고 나서니,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자리였죠. 팀의 리더는 저였지만, 사실상 팀원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시절. 팀원들끼리 불화가 있었던 적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전 몰랐나 봐요. 당시 좋은 리더란 뭘까? 란 고민으로 여러 철학책부터 불경까지 이것저것 읽던 시기였는데... 마침 "금강경"을 읽었었나 봅니다. 그 불화의 자리에서 제가 뜬금없이 "금강경"을 추천했다고 하네요. 부처님 오신줄 알았다고 혼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