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회사는 돌아갔습니다!

엉망진창 팀을 소개합니다!

by 펠릭스

오늘은 분위기를 조금 바꿔, 엉망진창으로 운영했던 저의 팀을 소개할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엉망으로 해도 회사는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아무 말 대잔치의 팀 메신저


회사에서는 업무를 위한 메신저 소프트웨어를 하나 썼습니다. 슬랙(Slack)이라고 부르는 메신저인데,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이 메신저를 통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메일은 외부와의 소통 시에만 사용했고, 내부는 모두 메신저. 그렇다 보니 하루의 절반 이상은 메신저에 글을 쓰거나 내용을 주고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메신저는 "채널"이라고 부르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해당 공간에 필요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팀별 또는 필요한 용무별로 채널이 매우 많이 있었죠. 대부분 채널은 외부 소통 채널이니 진중합니다. 하지만 저희 팀 채널은 색깔이 많이 달랐습니다. 놀이터에 가까운 느낌? 딱 그런 느낌이 나는 채널이었죠. 조금.... 아무 말이 정말 막 오가는 그런 채널.


제가 오기 전부터 팀 채널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K가 팀 리더가 되고, 제가 팀 리더가 될 시점에는 더더욱 밝았습니다. 제가 있던 팀은 매번 잘하시는 분이 다른 팀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 말은 모두가 신입 아니면 저 연차자로 구성되었단 말이 됩니다. 그리고 IT 회사는 젊은 분들이 많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반짝반짝하는 시기에 팀원이 되고, 그분들이 이야기를 주도하니 분위기는 밝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하는 사람 가운데 나만 못하면 주눅 들지만, 모두가 못하면 밝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메신저의 분위기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 말 대잔치. 드라마 이야기부터 놀았던 이야기 등등 회사 업무와 무관한 잡담이 70% 정도의 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런데도 일이 돌아가냐고요? 일정이나 업무는 잘 지켜주셨기 때문에, 저렇게 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목표를 위해 사고 치기


서버 개발자라는 직업은 야근과 떨어질 수 없는 직군 중 하나입니다. 서버가 고장 나면 그걸로 서비스가 멈추게 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서버 개발자는 야근과 친합니다. 친하기 싫어도 친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라이브 서비스라고 부르는 운영을 직접적으로 해야 되는 서비스의 서버 개발자는 항상 긴장 상태로 살아갑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했던가요? 신혼여행 간 바로 다음날, 여행지 카페에서 회사일을 했었어요.


팀 리더가 되기 전부터, 리더가 되고 나서도 목표였던 게 있었습니다. 바로 야근하지 않게 하기! 조금 욕심을 첨가해서, 하는 일의 양은 유지하면서 야근하지 않는 환경 만들기! K와 F가 있을 때 이야기 하고, 이루고자 노력했던 목표였습니다. 목표는 이루긴 했지만, 그 과정은 정말 엉망진창 그 자체였습니다.


설득보다 용서가 쉽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사고를 먼저 치고, 혼이 나고, 고쳤습니다. "이걸 고쳐야 해요!" 란 말을 하고 설득할 자신이 없어 사고를 먼저 쳤습니다.


개발을 하면 프로세스 마지막쯤, QA란 과정이 들어갑니다. 만든 것들이 문제가 없는지, 잘 동작하는지, 예상대로 만든 게 맞는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하고 최종적으로 서비스를 하게 되죠. 그리고 QA를 하기 전에는 사양이란 걸 만듭니다. 언제까지 이런 것들을 개선하고 넣을 거야! 하고 QA팀과 논의하기 위한 문서죠. 이 문서를 기반으로 QA가 들어가게 되므로, 사양을 작성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개선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제 선배인 F가 비유한 말을 잠시 빌려보면, 움직이는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엔진을 교체해야 되는 일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의사로 치면 수술 같은 거죠. 그런데 야근을 하지 않으려면, 고쳐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이 상황들을 설명하고, 고칠 방향들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네요. 협조적인 팀과의 협업이면 이야기가 쉽지만, 아니라면...? 그래서 용서를 구하는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사전 설명을 조금 더 붙이자면,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QA팀의 리더분이 매우 까다롭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인 이유도 한몫했습니다. 나중에 QA팀 리더가 바뀌고, 담당이 바뀌면서 용서가 아닌 설득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팀 리더가 되어서도 저 기조는 유지되었습니다. 팀원들이 고쳐야 될 게 있다고 하면, 넣어보자고 했습니다. 물론 책임은 제가 졌습니다. 제가 혼나면 되니. 야근을 안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런 노력으로 회사 내 가장 사고가 많은 팀이 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적은 인원으로, 치명적이지 않은 사고만 나는 팀이 되었죠. 그리고 제가 목표했었던 연말 휴가 또는 휴가시에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이뤄냈었죠!




이 외에도 다양한 엉망진창인 이야기들이 있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다른 이야기들은 언젠가의 글에서 조금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더로 해야 될 업무들을 하지 못해서 우왕 좌와 하고, 성과 발표 때도 할 이야기가 없었다거나, 행사마다 사고가 나서 뛰어나가야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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