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든 돌아갑니다.
회사는 신기한 곳입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고, 또 함께 일을 합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데도 문제없이 돌아갑니다. 좋은 프로세스 덕분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들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좋은 프로세스가 없어도, 좋은 사람만 있지 않아도 회사는 돌아갑니다. 제가 느끼기엔 좋은 이라는 단어를 빼고, 목표라는 단어를 추가하면 그 이유 중 하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목표를 위해 프로세스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회사는 돌아간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눈에 보이는 일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와 결정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와 결정들은 나와 무관하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늘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서 여러 의사결정들을 내립니다. 그 결정 중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지만,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목표를 위해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혹은 소수의 목표를 위해서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제가 있던 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팀에 흡수 되게 됩니다. 그 팀은 인원수부터 저희 팀의 3배가 넘는 규모를 지니고 있었고, 회사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타이틀을 가진 팀이었습니다. 더 많은 인원과 매출을 내는 팀. 더 좋은 문화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흡수에 수긍했었고, 팀원들을 설득했었습니다. 사실 설득이 아니라 통보였죠.
팀이 합쳐지고,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팀은 도구를 통해 간소화 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간소화된 과정들이 프로세스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두 팀은 다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었고, 저희는 부족한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과정을 해당 팀의 프로세스에 맞게 다시 분해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걸 퇴화라고 불렀습니다. 통합 전 팀의 리더였으니, 그분들의 설득도 저의 몫이었습니다.
이미 효과적으로 진행하던 작업들, 그리고 문제없이 잘하던 작업들을 왜 돌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득해야 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제가 파악한 내용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통합을 위해서 전 과정을 합치는 작업이란 점,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 형태로 돌아오게 될 것이란 점. 그러니 지금은 잠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 등등. 고맙게도, 이전의 멤버들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두 팀의 문화 또한 많은 부분이 달랐습니다. 엉망진창으로 이야기하던 메신저의 채널들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자유롭게 생성하고 삭제할 수 있던 채널은 승인하에만 만들 수 있게 변경되었고, 그 승인도 팀 리더가 포함된 경우에만 만들 수 있게 변경되었습니다. 이곳은 많은 부분에서 감시와 통제가 선택되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의사 결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결정된 이야기들이 있는 상태였고, 사실상 선택지가 아닌 것들이었죠. 그리고 그 의사 결정들에 의해서 방향들이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령, 팀 통합을 거절했다고 해도 결국 통합이 이루어졌을 겁니다. 제가 다른 위치로 옮겨졌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러면 제 의사는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팀이 합쳐지고 난 뒤의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들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통제와 감시는 더 늘어가기 시작하고, 수평 문화를 지향하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회사는 돌아갔습니다.
- Z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끼는 후배였는데, 팀 통합 이후에 퇴사를 했습니다. 통합 전에는 한번 잡았었는데, 통합 후에는 도저히 잡지를 못하겠더라고요. 5년을 버티면 꽤 많은 보너스가 나옵니다. 5년을 몇 개월 앞두고 퇴사를 결정하더라고요. 제일 안타까웠던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연봉은 이때보다 낮아도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