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강이 Nov 13. 2020

리얼생존 뉴스레터 Vol. 4. 11월 2주차

투자 심사자 입장에서 바라본 스타트업 기업 by 투자심사자 조은철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해 봤고 꿀맛, 쓴맛, 똥맛 다 보고 다시 샐러리맨으로 돌아갔음을 밝힙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찬 미사여구 보다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을 글에 담아내어 장차 원활한 투자를 받아 내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꿈’만 팔아서는 사업이 아니다.



  매 주 최소 2개의 기업(스타트업, 중소기업 등)과 미팅을 진행합니다. 대부분은 투자조합 구성을 위한 IR 느낌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의 면밀한 숫자부터 오너의 마인드까지 대면하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게 됩니다.



 기업 가치 평가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만 스타트업 등 초기 투자처를 볼 때는 2가지를 큰 축으로 해서 봅니다. ‘성장성(미래 발전 가능성)’ 과 ‘현금흐름(수익성)’입니다. 둘 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지만 쉽게 풀어쓰면 ‘앞으로 돈이 될까?’ 와 ‘지금 돈이 들어오나?’입니다.
 


 위 2가지 항목은 ‘숫자’로 나타납니다. 형이상학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예상치, 미래계획 등)도 물론 있습니다만 다른 항목에 비해 명확하게 수리적으로 표현이 가능한 부분이지요. 제가 스타트업들과 미팅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이러한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유의미하게 나타나 ‘돈’이 되는지가 제가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제일 첫 번째로 판단하는 부분입니다.



 투자자들, 투자사들, 투자심사자들 전부 투자사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돈’이 안 되는 곳에 사업(자본 조달, 투자)을 진행시키지 않습니다. 이는 엄청 당연하고 기본적인 명제인데 이런 부분을 많은 스타트업들이 간과합니다.



제가 위에도 언급했지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이 ‘숫자’라고 한 것은 많은 스타트업 오너분들이 이 숫자에 대해 굉장히 둔감하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우리 아이템이 좋으니 잘 팔릴거란 생각을 하고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엄청난 가치(벨류)를 부여합니다.



저희한테는 아이디어를 늘어놓고 ‘이제 이 아이디어 구축을 위해 투자를 하십쇼.’ ‘이게 개발만 되면 매년 억만금을 벌 수 있습니다.’ 뭐 이런거죠. 세삼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자신들이 꿈꾼 아이디어는 당연히 자식 같은 존재이니 엄청 좋아보입니다. 근데 제 3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획기적이지도,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가까운 예를 들면, 집에 가면 다들 엄마한테 잘생긴 아들, 딸 들이지만 집 밖을 나서면 그저 그런 ‘커먼피플’이 될 뿐이죠. 대체로 스타트업 오너들의 아이디어들도 이와 마찬가지 입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 스타트업 모임에 나가 자신들의 꿈과 아이디어를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나눠보시거나 들어보십시오.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즉, 하고 싶은 말은 투자를 받고 싶거든 돈이 되는 ‘사업’을 구체화 하고 객관적으로 ‘돈이 된다’ 라는 것을 증명하십시오. 그 뭔가 될 거 같은 가슴 벅차게 끓어오르는 ‘꿈(아이디어)’은 집에 계신 부모님한테 말하시면 됩니다. 투자는 못 받아도 ‘우리 아들 멋지네! 이러다 그 뭐.. 뭐냐 테..테슬라 되겠어~!’란 칭찬은 들을 수도 있거든요.  
 




□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실은 이게 몇 부작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거니와 제 필력이 좋지 못한 관계로 디테일하게 내용을 잡아가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접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잡아 생각나는데로 죽죽 써보겠습니다.



 기회가 닿아 투자를 받게 되면 그 때부터 ‘또 다른 시작’입니다. 투자를 받는 형태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팔거나, 아니면 메자닌 투자, 투자조합 등등이 있습니다.(투자형태에 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겠습니다.) 뭐가 되었든 남의 돈이 들어온 겁니다. 남한테 빚진 거죠.



 빚으로 이제 사업을 꾸려서 성공시켜야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는 망해도 내 돈 날리고 끝나는 거였지만, 이제 망하면 나 하나로 안 끝나는 겁니다. 그래서 투자자금을 받는 순간부터 더 열심히, 더 잘 해야합니다. 물론 아닌 기업이 더 많습니다.



 제가 스스로 기준 삼는 ‘투자불가 스타트업 체크리스트’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너의 ‘투자 자금에 관한 태도’입니다. 투자 받자마자 분수에 맞지 않는 차를 뽑는다거나 갑자기 사무실을 무리하게 확장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99.9% 망합니다. 망할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빚에 대해 무감각 해서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돈도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책임감도 같이 얻은 겁니다. 정신 차리고 회사를 이전보다 더 치밀하게 더 열심히 더 잘 키워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오너들은 이런 부분을 간과합니다.


투자를 받은 순간 뭔가 미션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여지껏 내 돈 태워가며 했지만 이젠 남의 돈이니까 부담감이 오히려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짜 스스로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패착입니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한 순간부터 매의 눈으로 투자처를 쪼기 시작합니다. 실사를 가기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페이퍼도 요구합니다. 호락호락하게 이전처럼 러프하게 회사를 운영했다가는 투자자금 회수, 심하면 소송까지 진행될 수 있는 일이죠.



즉, 하고 싶은 말은 투자를 받았으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해서 투자의 성과를 보이라는 말입니다. 투자는 미션 컴플리트가 아니고 미션 스타트를 알리는 소리입니다. 투자를 받았으니 그걸 자양분 삼아 더욱 더 크게 회사를 성장시켜야만 합니다. 뭐 투자받고 흥청망청 목에 힘주고 다니시는게 게 목적이라면 그렇게 하셔도 되는데 뒷감당은 녹록치 않다는 점 고지드립니다.





조은철  |  넥스트라운드 대표


5개 금융사을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 넥스트라운드에서 벤처, 스타트업 투자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조직을 거치면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본인 또한 단물 쓴물을 다 먹어보면서 지금까지 생존해오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리얼생존 뉴스레터 Vol. 4. 11월 2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