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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강이 Nov 13. 2020

리얼생존 뉴스레터 Vol. 4. 11월 2주차

요즘 화제의 드라마 <스타트업> by 경영지도사 김민지 

요즘 화제의 드라마 <스타트업> 














처음에는 업계의 현실을 덮어만 두고. 결국 스타트업하다 연애하는 뻔한 한류 드라마로 가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8회까지 방영되었는데 업계 사람들이 봐도 비교적 사실적으로 업계를 잘 분석했다는 호평이 이어집니다.


저 또한 이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어요. 특히 저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장면은 5화 피칭씬이었습니다.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샌드박스’에 입주하기 위해 친자매가 경쟁하는 내용이죠. 


이 장면에서 서달미 역할을 맡은 수지가 피칭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전달력도 좋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연기를 정말 잘했다, 진짜 스타트업 대표같다며 감탄하는 대중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죠.


업계 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이 장면은 정말 공들여 준비한 티가 납니다. 사실 저는 발표자인 수지 뿐만이 아니라 발표 내용과 PPT 장표 구성도 주의깊게 봤는데요 (경영지도사의 직업병^^;;;) PPT 내용의 논리성도 아주 우수했습니다.  이 때 쓰였던 서달미의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굿즈로 나온다면 저는 꼭 살겁니다. 


 일단 해당 장면에서 <삼산텍> 서달미 대표와 <인재컴퍼니> 원인재 대표의 피칭 내용 전문을 보여드릴께요.  (드라마 다시보기 하면서 일일이 속기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삼산텍> 서달미 대표


반갑습니다, AI로 세상을 혁신하는 삼산텍 대표 서달미입니다.


먼저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드릴께요.

일란성 쌍둥이는, 글씨체도 똑같을까요?


네, 정답은 '다르다'입니다.

미국의 우편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동일한 글씨체는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필적은 '뇌의 지문'이라고도 불리우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죠.

때문에 필적은 은행, 검찰, 국과수, 국세청 등 다양한 기관에서 본인 확인의 수단으로 흔히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사인이나 필적은 위조가 쉽다는 단점이 있지요.

위조율은 8% 에 달하지만, 감정하는 전문 감정사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법원에 등록되어 있는, 전문 감정사는 20여명에 불과하죠.

 만일 이 부족한 인력을 AI가 대신하면 어떨까? 


수많은 위조된 글씨와 진짜 글씨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키면. 위조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저희 삼산텍은 지난 2박 3일간의 해커톤을 통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화면 보시죠! 


정한은행이 보유한 10,000장의 테스트셋으로 서명과 필체의 특징을 스스로 분석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인식 정확도가 99.8%로 나타났습니다.


99.8%퍼센트.

지난 3일동안 이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 단 한 순간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시작은 필적감정이지만 이 기술로 뻗어나갈 무궁무진한 서비스들

보안, 의료진단,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 삼산텍의 여정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벅찼거든요. 

 이 설레는 여정의 시작이 바로 이 샌드박스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재컴퍼니> 원인재 대표


안녕하십니까, 인재컴퍼니 대표 원인재입니다.

바로 앞팀과 같은 정한은행의 필적 데이터로 저희는 다른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물론 저희도 AI 기반이지만, 좀 더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했죠.


여러분이 포털에서 쉽게 다운받는 무료 폰트들, 개인적으로 쓸 때야 상관없지만,

그 폰트로 전단지를 만들거나, 유튜브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가 되죠.

야박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당연합니다.


폰트 하나를 제작하는데 전문 디자이너 십여 명이 달라붙어 수개월동안 만들어야 하거든요. 11,172자나 되는 한글을 한 땀 한 땀 디자인 하려면 최소 1억~많게는 10억이 들어가는 엄청난 작업입니다.


근데 만일, 단 256자로 손 글씨 고유의 특성을 가진 폰트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요?

말도 안 될 것 같죠.

그런데 저희 인재컴퍼니는 OCR을 활용한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그 말도 안되는 일을 해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들은 저희가 2박 3일간 정한은행에 있는 필체들 가운데 근사한 100개를 추려 만든 폰트들입니다. 이걸 예전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최소 3년 이상 걸렸을 것입니다. 비용 역시 어마어마했겠죠.


그러나 저희 인재컴퍼니가 100개의 폰트를 만드는데 든 시간은 겨우 40시간 안쪽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손글씨 256자로 자신만의 폰트를 쉽게 만들 수도 있고....

 (여기서 모닝그룹 원두정 회장이 심사위원 자격으로 난입해서 삼산텍과 급 대결을 실시)





다음 피칭 내용에서 빨간색으로 강조 표시 한 부분은 해당 아이템의 시장성과 기술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두 사람의 피칭 내용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스타트업 평가 시 일반적으로 쓰이는 평가 기준에 따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창업경진대회나 정부지원사업 혹은 엑셀러레이터 선발 대상, VC의 투자 선발 대상 등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입니다. 바로 ① 시장성, ② 기술성. 


선발하려는 기관 및 기업에 따라 시장성과 기술성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둘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 2가지 관점을 벗어난 심사 과정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절대로 없을 겁니다. (제 경영지도사 자격증과 앞으로의 연애 및 결혼운을 걸고 장담합니다.)


보통 평가기준으로 많이 쓰이는 걸 예시로 들께요. 

지원기관마다 배점 비중에 차이는 있지만, 크게 이 관점을 벗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 해당 표에서 사업성이란 ‘수익성, 시장성, 안정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자료 출처 : 송진선 경영지도사)


지원기관마다 배점 비중에 차이가 있다는 건 이런 거예요. 가령 저 같은 경우는 주로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일을 했는데, 대학생 창업의 경우 아직 기술성을 연마하는 중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술성보다는 사업성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심사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면 서달미와 원인재의 3분 피칭에서 사업성과 기술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어떻게 배분하여 언급했는지 한 번 평가해볼게요. 



물론 원인재가 저기까지 피칭하던 중에 새아버지 원두정 회장이 난입해서 중간에 끊기긴 했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솔직히 인재컴퍼니가 삼산텍을 기술성으로는 압도했을지 몰라도, 피칭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삼산텍 서달미 대표가 훨씬 우수했다는 걸요.



창업멘토, 창업경영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하시는 어느 대표님께서도 이 관점에 동의합니다.  직접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트업 5회차 피칭 장면을 분석하셨는데, 원인재의 피칭을 ‘기술자랑 위주였다’라고 평가하셨어요. 



솔직히 이 피칭만 보면 저는 서달미 대표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드라마상에서는 삼산텍이 전반적으로 ‘우린 망했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지만, 업계 관계자인 제 눈으로 보면 오히려 서달미가 원인재보다 월등한 구성력을 갖췄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 속 심사위원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삼산텍의 기술력이 아직 허점이 있음이 보여도, 훌륭한 시장성 및 앞으로의 기술 발전성을 높게 사서 샌드박스 입주사로 선정한 거겠죠?



저는 오히려 설정상 실제 창업 경험을 이미 갖춘 원인재가 피칭에서 시장에 대한 언급을 전혀 안 한 것이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아이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성에 대한 언급을 안 했는데 샌드박스 입주사로 선정된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고요... 드라마 대본에서 나타난 대로만 심사하면, 인재컴퍼니가 입주사로 뽑히는 게 오히려 무리한 걸로만 보여요. 



드라마 연출 상 인재컴퍼니의 시장성 언급 부분은 편집된 거라고 생각해보렵니다. 원인재가 재벌 새아버지의 빽이 있어서 심사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제가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원인재의 아이템은 실제로 시장성이 있을까? 



일단 원인재는 전단지를 만들거나 유튜브 편집하려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잡았죠. 

(그게 몇 명이나 되는지, 비율은 몇 정도인지 숫자로 언급을 안 해서 그렇지)



그 분들이 총 몇 명이나 되는지는, 그걸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할 원인재 대표님마저 언급을 안해서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도 다양한 폰트를 활용하여 웹자보나 유튜브를 편집하곤 하는 잠재 고객층이기에, 제 의견을 원인재 대표님께 말하고자 합니다.



일단 저 같으면...안 삽니다.



우선 제가 폰트를 쓰는 이유는, 폰트에 담긴 심미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손글씨로 나오지 않는 가독성 좋은 글씨체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서 폰트를 사용해요. (이럴 때 쓰는 폰트는 주로 가독성 좋은 고딕체나 명조체 기반이 되겠죠), 아니면 특정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 수단으로서의 폰트에요. 이건 애초에 인간의 손글씨로 구현하기 어려운 글씨체예요. 



가령 저는... 개화기 모던걸 풍의 컨텐츠를 만들 때, 순명조체를 계승한 심포니체를 폰트로 사용하는데요. 이런 디자인 요소가 있는 폰트를 구상하고 창조할 능력이 된다면 차라리 전 11,172자를 일일이 다 제 손으로 만들어서 차라리 제 이름 붙이고 폰트를 팔 겁니다. 굳이 인재컴퍼니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써놓으니 저 어째 원인재 캐릭터 안티같지만...딱히 안티는 아니예요! 오해 마시길 zzz




아무튼 이렇게 직업병 발휘하며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와서 저는 요즘 아주 행복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분석하는 과정 중에서도 제가 성장할 수 있거든요.



드라마 속 서달미가 꾸준히 성장해나가며 마침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제품을 내놓는 멋진 CEO로 성장해나가듯,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모두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여 이 세상을 더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김민지 | 경영지도사,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2015년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 취득 이후 대학교 및 지자체의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넓게 교류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며, 각 대표님들의 마음의 불안이나 초조함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글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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