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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강이 Apr 23. 2021

리얼생존 뉴스레터 Vol. 11. 4월 4주차

드라마 <리치맨>을 통한 함정극복방안 by 김민지 경영지도사

< 너무 똑똑한 창업자가 종종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 >

드라마 <리치맨>을 통해 보는 ‘전민동 스타일’ 스타트업의 함정 극복 방안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그사이 저는 서울을 떠나 새롭게 언더독스에 입사하여 세종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4월 21일 이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당일은 바로 세종청년창업사관학교의 역사적인 개소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세종청년창업사관학교가 공식 오픈하기 이전까지는 대전창업사관학교와 같은 공간에 약 40여일 체류하였습니다. 체류하는 동안 저는 수도권 스타트업 생태계와 사뭇 다른 대전 창업 문화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학 도시 대전의 스타트업 특징은 기술창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2018년 2월 발표된 논문 <대전 기술창업 생태계 연구>에 따르자면, 인구 10만명당 대전의 벤처기업 수는 205개로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 다음으로 서울특별시의 인구 10만명당 벤처기업 수가 187개, 대구가 163개라는 것에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대전광역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및 KAIST의 존재 덕택에 기술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창업 생태계의 함정... 전민동 스타일]



저는 전국에서 기술창업이 가장 활성화된 대전에 체류하면서 재미있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전민동 스타일’ 



전민동 스타일이란 기술 위주의 창업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님이 제창한 용어이죠.



‘전민동 스타일’의 의미는 다음과 같아요. 기술성은 좋지만 시장성을 잡지 못하는 스타트업을 말하죠.  기존의 기술력을 뛰어넘은 혁신적인 기술력이 가득 구현되었는데, 막상 고객들은 '이런 거 굳이 안 필요한데?'라는 생각에 구매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사례...



이용관 대표님은 이런 스타트업을 왜 ‘전민동 스타일’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요? 



대덕연구단지가 자리잡은 곳이 바로 대전광역시 유성구 전민동입니다.  여기 근무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들만 모인 자리죠. 여기서 학벌 자랑하면 바보라는 소리도 있다고 해요. 



카이스트 출신 이용관 대표님이 대학 재학 시절 공대생의 영원한 상징 체크남방을 입고 미팅에 참여할 때마다 대차게 까이고, 그때부터 전민동 스타일이라고 불리며 놀림감이 되셨대요.

그리고 이용관 대표님은 스타트업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훈남 패션 스타일을 모르고 체크남방 입고 여자 마음 얻어보려다가 까인 어느 불쌍한 공대생처럼,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역시 뛰어난 기술력만 내세우지만 정작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고객의 외면을 사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용관 대표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대덕 출신의 사업계획서는 50장 정도이며, 대부분이 기술 우수성으로 채워진다. 시장 조사와 다른 전문가를 만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기술 우수성만 장황하게 늘어 놓은 계획서가 다수이다"



이렇게 적절한 용어가 있는데...대전 지역에서만 통하는 언어라서 전국구 유행어가 되지 못하고 로컬 유행어로만 남은게 심히 안타깝습니다. 




[전민동 스타일의 적절한 사례들]



전민동 스타일이라는 단어만 없었을 뿐, 전 세계적으로 '전민동 스타일'에 속하는 스타트업은 무척 많습니다.



꼭 IT 등 고도의 과학 기술이 아니더라도요.  시장에서 실패한 아이템들의 무덤... 미국 미시간 주에 실패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뼈를 치는 무서운 교훈을 주는 명소죠. 



실패 박물관의 유명한 전시물들을 소개합니다.



- 하인즈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케첩 (2000) : 기존 빨간색 토마토 케첩에서 벗어나 새로운 색깔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고자 개발된 제품입니다. 빨간 토마토를 주 소재로 보라색, 초록색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겠죠. 그런데 이 케첩들은... 입맛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장렬하게 사망했습니다.



- R J 레널즈의 연기 없는 담배 (1988)  : 근처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죠. 이 제품 역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5개월만에 사라졌습니다. 흡연자는 연기를 내뿜을 때의 쾌감을 즐기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거든요... 



왜 최고의 브레인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시장의 외면을 받을까요?

저는 그 원인을 ‘지식의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오류! 



우리의 전민동 스타일 창업자들도 고객의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생각해서, 고객에게 난해함과 복잡함을 느끼게 하는 제품을 개발해서인지도 몰라요.



이에 대해 인사이트를 주는 드라마 <리치맨>의 장면을 소개합니다.

일본 드라마 <리치 맨, 푸어 우먼>을 리메이크한 2017년 한국 드라마입니다. 



여기서 유찬(EXO 수호 분)는 IT 스타트업 넥스트인의 대표예요. 아마 현실 대한민국 정부가 펼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대행하는 듯한 '빅파일' 프로그램을 개발하죠. 보라(하연수 분)는 유찬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평범한 문과녀예요. 



보라 : 이거예요, 빅파일 인터페이스?

유찬 : 니 이름으로 파일 하나 만들어서 작동시켜봐. 

보라 : 어, 멋지다! 엄청 최첨단스러운 느낌이예요

유찬 :  그건 당연한 거고

보라 : (한참 헤멤)

(중략)

유찬 : 넌 대체 회사 다니면서 뭐했어?

보라 :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익숙해져야지

유찬 : 그 정돈, 아무나 앉혀놓고 시켜도 다 해

보라 : 아닐걸요? 넥스트인 다니는 직원이나 금방금방 하는거지

유찬 : 뭘 믿고...

보라 : 내가 못 하면, 우리 나라 사람 반 이상은 못하는 거예요. 빅파일은 전국민에게 다 필요한 거라면서요, 그럼 표준에 맞춰야지

유찬 : 너 같은 바보를, 표준으로?

보라 : 그러니까 대표님이나 넥스트인 직원들이 아니라 이걸 써야 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러려면, 이렇게 복잡한 거 말고, 쉽고...유찬 : 그거야! 그리고, 재밌게! 내놔, 다시한다! 

보라 : 어어, 그거 왜 다 지워요!

유찬 : 다 필요없어, 중요한 건, 제작자가 아니라 사용자야. 아무리 우리끼리 최신 최고를 외쳐봤자, 이걸 쓰는 사람이 어렵고 재미없으면 끝,난 도대체, 지금까지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 




여담이지만, 이 드라마의 원작인 <리치맨 푸어우먼>보다 한국판 리메이크인 <리치맨> 쪽이 훨신 전민동 스타일이 놓치고 있는 허점을 생생하고 극적으로 표현하죠.



원작에서 이시하라 사토미가 프로그램을 못 다뤄서 쩔쩔매는 걸 오구리 슌이 조용히 관찰하다 자신의 허점을 깨닫는 반면, 한국판에서는 평균적인 고객을 대변하는 하연수가 직접 제품의 개선사항을 말해주니까요.  그래서 전 한국판 쪽의 연출을 더 좋아합니다. 



여담이지만 원작 <리치맨, 푸어우먼>보다  한국판 리메이크 <리치맨>이 #지식의저주 라는 개념을 더 명쾌하고 극적으로 표현했죠. 

애초에 원작의 여주인공 스펙이 넘사벽인 반면 (도쿄대 이학부 수석입학) 한국판 여주인공 역시 고스펙녀이긴 한데, 원작보다 좀 스펙이 다운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원작에 비해 한국판 여주인공이 좀 더 기구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고,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서브녀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묘사가 없는 반면, 한국판에서는 여주인공은 서브녀에게 열등감을 느낍니다. 

한마디로 한국판 여주인공은 언더독이예요. (그러고 보니 배우 하연수 님은 데뷔 이래로 언더독 캐릭터만 연기했다는... 언더독 전문배우인가... )



저는 정말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기만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사업계획서 및 사업 계획 발표 시간에 시장에 대한 언급 없이 기술만 말하는 많은 스타트업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중요한 건 뭐다? 고객 입장에서 원하는 것을 개발하라는 거!!! 



[전민동 스타일을 극복하는 법 :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



여기 전민동 스타일을 극복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사례가 있습니다.



뉴로핏(대표 빈준길)은 인공지능을 통해 치매와 뇌졸중의 정복을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어릴 때부터 창업을 꿈꾸었던 빈대표님은 학교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안타깝게 탈락했죠. 

그는 왜 심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는지 분석합니다. 그의 아이템은 전기 뇌 자극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념이 생소한지라 듣는 사람에게는 와닿을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듣는 사람을 고려한 피칭 시나리오를 짭니다.



비즈니스 모델, 사업영역을 구체화하여, "이 제품은 연구용으로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기술을 통해 향후에 의료로 더 확장할 수 있어 시장 확장성이 좋은 제품이다."



그리고 빈대표님은 후에 퓨처플레이를 만나서 여러 조언을 듣고, 뉴로핏의 기술이 뇌질환 진단 영역에도 활용이 될 수 있음을 파악하였습니다.



어려운 기술일수록 고객들은 난해함을 느낍니다.

(물론 여기 고객은 심사역, 창업경진대회 평가위원들 다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럴 때 고객의 입장에서 내 기술의 어떤 포인트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지, 이 기술이 향후에 어떻게 활용될지 생각해보아요.



김민지 경영지도사 | 언더독스 세종청년사관학교 


2015년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 취득 이후 경희대 창업보육센터,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등을 거쳐 현재 언더독스에서 세종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 매니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대표님들과 함께하며, 창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http://youtube.com/minjikim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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