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솔 May 25. 2022

꿈을 꾸지 않는 깊은 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잠을 잘 때 늘 꿈을 꿨다. 간혹 꿈의 기억이 희미한 날은 있었으나 꿈을 꾸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강박증 증상이 심해져 항상 잔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그 이후로 꿈도 계속 꿨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사람은 매일 꿈을 꾸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그러더라. 원래 모든 사람은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고 한다. 다만 깊게 잠이 들면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 모든 사람은 수면 상태일 때 매일 꿈을 꾼다.

그렇게 따지면 난 거의 매일 꿈을 기억하니까 매일 깊은 잠을 못 자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 피곤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느낌인가 보다. 


고등학교 때 처음 강박증 증상을 겪은 이후로 10년 넘게 강박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비현실적인 걱정도 많이 하고, 늘 내 머릿속은 과부하였다. 항상 걱정을 달고 살던 아이였고, 이런 나를 싫어할까 봐 늘 겉으론 괜찮은 척 애쓰던 아이였다. 그래서 부모님도 또 내 가까운 지인들도 내가 강박증으로 고생했었다는 사실을 몰랐고, 늘 철없는 짓만 골라서 하는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은 아이가 하루에 담배를 2갑을 피웠고, 매일 술을 마시며 놀았다. 참 정신없는 아이였지만 당시에 나는 하루를 지내는 것이 정말 고통이었고 불안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버텨냈는지 나 스스로 대단할 정도다.


나는 그 이후로 매일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꿈을 꿨다. 지금은 이게 습관이 되었는지 강박증은 많이 치료되었으나 여전히 꿈은 매일 꾼다. 가끔은 좋은 꿈을 꾸고 가끔은 이상한 꿈을 꾸고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꿈을 꾸고 또 가끔은 나쁜 꿈을 꾼다. 예전에는 아침에 상쾌한 기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는 깊은 밤을 꿈꾸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잠에 청하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아무런 감각 없이 잠을 자고 일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나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 각자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던 당신들도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깊은 밤이 되기를 기원한다. 


나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모두 평안한 밤이 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