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솔 Jul 21. 2023

우리가 그릴 그림



나 혼자 좋아하던 사람과 아름다운 연애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니 그것은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다. 설렘은 배가 되고 연애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을 때는 정말 이게 현실이 맞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얼떨떨했고, 그 이후에는 혼자였으면 느끼지 못할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 조용한 감동이 되어 나의 감정을 움직인다.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다. 사귀기 전 먼발치에서 봤던 모습에도 느낀 생각이었지만 만남을 이어가면서 이 생각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일하는 모습은 멋있고, 일상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이것이 흔히 남들이 말하는 콩깍지라 불릴 수 있겠지만 그 콩깍지를 벗겨내도 실제 그녀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칭찬을 할 만큼 아주 멋있는 사람이고 , 그 사람이 나의 연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편으로는 그런 멋있는 사람에게 나의 진심을 전달해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속상할 때도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잘 숨기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성격이라 나의 감정마저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녀는 그 말을 다 믿지 않는다는 듯한 답변이 오곤 한다, 어쩌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신이 가장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때때로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함께하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알게 하게끔 해주고 싶다, 원래 자존감은 자신이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주위에 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녀를 비출 수 있는 조명이 되어 주고 싶다. 이기적이고 주위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만큼 상대도 나를 많이 비춰주고 있고, 나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30대에 들어서고 들었던 생각 중 연애에 있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내가 주최가 되는 삶, 연애에 있어 상대에게 잘해주고 아껴주는 것은 당연하되 나를 잃지 말자,라는 생각이다. 나를 잃는 연애의 끝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깨달은 뒤에 나는 그런 연애는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와는 건강한 만남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도 잘 이해해 주고, 나도 그녀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 서로 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편안함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앞으로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 부딪힘이 있을 수 있고, 어떠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녀와 함께라면 서로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확신과 희망이 있다.


우리가 그릴 그림이 기대되고 그 그림들은 늘 행복한 그림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을 꾸지 않는 깊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